처음으로 중국 상대 소송 제기
기술 탈취 의혹에 법적 대응 나서
한·중 디스플레이 특허 전쟁 격화

스마트폰에 장착된 패널부터 자동차 계기판까지, 우리의 일상을 비추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보이지 않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티안마(Tianma)를 상대로 미국에서 첫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그 전선은 더욱 치열해졌다.
처음으로 칼 빼든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중국 3위 디스플레이 제조사 티안마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16일 업계가 전했다.
소송 대상은 모바일과 차량용 패널 등에서 적용되는 7가지 핵심 기술로,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축적해온 핵심 자산이다.
정전기 방지(ESD) 구조, 터치 감도 향상을 위한 센싱 기술, 플렉시블 OLED 구조 등이 포함됐으며, 티안마는 해당 기술이 적용된 패널을 쉐보레 ‘트래버스’, 모토로라 ‘엣지플러스’ 등 주요 제품에 납품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특허 기술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투입된 결과물인데, 이를 정당한 계약 없이 사용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의 배경을 설명했다.
협상은 10년, 결과는 침해

이번 소송이 단발적 대응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는 티안마와 지난 2011년부터 10년 넘게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시도해 왔으나, 상대가 협상 지연과 거부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기술을 무단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티안마는 기술만이 아니라 시장도 위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유력했던 수주 프로젝트를 티안마가 저가 공세로 가로채며, 실질적인 매출 손실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치열해지는 한중 기술 전쟁

한편, 한국과 중국 간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2022년부터 중국 1위 업체 BOE와 4년째 특허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3월 삼성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은 기술, 중국은 물량으로 대결 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소형 OLED 시장에서조차 중국이 점유율(54.5%)로 한국(41.7%)을 앞질렀다는 통계가 한국 기업에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업계는 이번 LG디스플레이의 조치를 기술 방어의 첫 단추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추격은 눈앞의 현실이다. 한국 기업들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이 곧 시장인 시대, 이번 법정 공방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일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