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주인 기다린 당첨금
오늘 지나면 국고로 사라진다

“22억 원이 하룻밤 사이 사라질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추첨된 로또 1등 당첨자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급 기한인 4월 14일, 즉 오늘이 지나면 이 돈은 국고로 흡수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었던 거액이 흔적 없이 증발하는 셈이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3일 진행된 제1115회 로또 추첨에서 1등 당첨자는 총 12명이었으며, 그중 한 명은 전남 광양시 인덕로에 위치한 복권 판매점에서 자동으로 복권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1년 가까이 농협 본점을 찾지 않아 당첨금 22억 5727만 원은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로또 복권 당첨금은 추첨 다음 날부터 1년 이내에 수령해야 하며, 이를 넘기면 복권기금에 편입된다. 사라진 당첨자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500억 넘는 미수령 금액… 주인공은 어디에?

이번 사례는 비단 처음이 아니다. 로또 1등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은 사례는 반복돼 왔다. 지난해에도 무려 524억 원 8500만 원에 달하는 당첨금이 끝내 수령되지 않고 사라졌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미지급 금액은 전년도보다 소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로또 426억 원, 인쇄 복권 62억 1400만 원, 결합복권 36억 7100만 원이 미수령됐다.
이중에는 로또 1등 미수령 건도 1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당첨액은 무려 15억 3500만 원이었다.
또한 2등은 31건(17억), 3등은 1476건(21억), 그리고 4등과 5등에서도 수많은 당첨금이 주인을 기다리다 사라졌다.
지급 기한이 임박하면 구매 지역이나 방식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으나, 끝내 무응답으로 사라지는 이들도 많다. 동행복권이 운영하는 ‘고액 미수령 당첨금 현황’ 게시판엔 이 같은 사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복권은 불황의 거울”… 323만 가구, 희망을 샀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권은 더 잘 팔린다. 지난해 복권 구매 가구 수는 323만 가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7가구 중 1가구가 복권을 구매했다.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서 모 씨(45)는 매주 월요일마다 5000원어치 복권을 산다.
장사가 어려워진 뒤 유일하게 희망을 걸 수 있는 통로라며, “복권을 사는 순간만큼은 가족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불황형 소비’라고 해석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권 소비 증가는 경제적 어려움의 반영”이라며 “요행이라도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심리”라고 진단했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전체 복권 구매 가구의 22.5%가 소득 상위 60~80% 구간에 집중됐고, 가장 많은 증가율은 2분위(소득 하위 20~40%)에서 32.7%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 달 평균 5741원을 복권에 썼는데, 이는 전년 대비 11.8% 늘어난 수치다.
반면 1분위, 즉 소득 최하위 계층에서는 평균 복권 구매액이 오히려 25.6% 줄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복권 구매조차 부담스러운 형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또 1등 22억, 오늘 지나면 ‘없던 돈’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22억 5727만 원’의 당첨금 지급 마감 시한은 오늘까지다. 아직 수령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대로 기한을 넘기면 당첨금은 그대로 복권기금으로 편입된다.
해당 기금은 소외계층 주거 지원, 청소년 장학사업 등 공익 목적에 사용된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당첨 사실을 모른 채 버린 것 아니냐”는 추측부터 “나중에 알게 되면 충격이 클 듯”, “CCTV라도 확인해서 찾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까지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