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와중에도 “이것만은 포기 못해요”… 물가 폭등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이것’

불황에도 꼭 사는 상품엔 이유 있다
물가 고공행진 속 ‘가성비 집착’ 소비 트렌드 확산 중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서울 도심 한 분식집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저렴한 음식을 먹기 위해 왔는데, 라면 한 그릇에 오천 원이나 할 줄 알았으면 다른 곳이 낫겠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최근 고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감이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상품들이 있다. 핵심은 ‘가격 대비 만족감’, 즉 ‘가성비’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제품을 찾아 지갑을 연다. 단순히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초저가’ 상품은 이제 합리적인 소비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가격역설계’라는 유통업계의 전략이 맞물리며 변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가격이 먼저”…거꾸로 가는 유통업계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유통업계에선 가격부터 정하고 원가를 맞추는 ‘가격역설계’가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원가와 이윤을 계산해 최종 판매가를 정했지만, 이 방식은 반대로 정해진 가격에 맞춰 원가와 이윤을 조정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마트가 선보인 5,980원짜리 위스키 ‘저스트 포 하이볼’이다.

소주 한 병 가격 수준으로 위스키 한 병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제품은 병이 아닌 페트 용기를 채택하는 등 구성도 간소화하며 초저가를 실현했다.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이마트는 “하이볼 한 잔을 800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화장품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와 LG생활건강이 협업한 스킨케어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는 8종 전 제품을 4,950원 균일가로 출시했다.

패키지와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제품의 기본 기능에 집중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 덕분에, 출시 두 달 만에 3만 2천 개 이상이 팔리며 이마트 스킨케어 전체 매출을 2배로 끌어올렸다.

“무조건 저렴해야”… 초저가 식품, 유통 매출 견인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먹거리 시장에서도 초저가 열풍은 거세다. 롯데마트는 1천 원짜리 두부와 콩나물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상 대비 절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신뢰를 얻었다. 이 제품들은 빠르게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불황기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랜드 킴스클럽의 ‘델리 바이 애슐리’는 가정식 뷔페 콘셉트의 델리 상품으로, 180여 종을 3,990원에 제공한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500만 개가 팔렸고, 최근에는 하루 판매량이 2만5천 개를 넘어서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킴스클럽 측은 “이 제품이 델리 코너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며, ‘가성비+편의성’의 결합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편의점 역시 초저가 전략에 뛰어들었다. CU는 880원짜리 육개장, 990원대 과자, 2,900원짜리 캡슐커피 등 초저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CU 관계자는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자체 마진도 최소화해 가격 거품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칩플레이션’ 시대, 저가 상품일수록 가격 더 올라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이러한 초저가 상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저렴한 생필품들조차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 이는 저가 상품의 가격이 고가 상품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2020년 이후 저가 상품 가격은 16.4% 상승한 반면, 고가 상품은 5.6%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서민이 자주 소비하는 품목들, 예컨대 라면·계란·우유 같은 생활 필수품의 가격 인상률이 유독 가파르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만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농심 신라면 블랙은 편의점에서 1,900원까지 올랐다.

오뚜기, 팔도 등 다른 브랜드들도 주요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며 2천 원에 가까운 제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분식집에서는 라면 한 그릇이 5천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밀가루 같은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서민 소비재에 대한 기업의 책임 있는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싼 게 비지떡 아냐”… 초저가, 새로운 표준이 되다

초저가
사진 = 연합뉴스

불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은 단순히 싸기 때문에가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찾는다.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까지 충족하는 제품이 주목받는다.

유통업계는 이 흐름에 맞춰 가격역설계와 초저가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프리미엄 중심 시장이 재편되고, 실용성을 앞세운 상품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물가 속 초저가 전략은 이제 단순한 틈새시장 대응이 아니라, 주요 유통 채널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통업계의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관심 집중 콘텐츠

혀 닦기의 중요성

“칫솔로 혀 긁으면 평생 후회합니다” … 잘못된 ‘설태 제거’, 입냄새 악화시키는 진짜 원인

더보기
Samsung

중국에게 내주나 싶었는데 “오히려 신의 한 수였네”… 삼성·SK의 ‘역발상’ 제대로 통했다

더보기
달걀 껍질의 효능

“달걀 껍데기 일반 쓰레기 아닙니다” … 효능, 활용법 알면 절대 못 버리는 ‘천연 보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