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몸보신하려다 “가격 보고 까무러칠 뻔”… 서민들 즐기던 ‘삼계탕’, 가격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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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한 그릇에 2만원 시대
폭염에 닭 폐사…수급 불안 가중
삼계탕
사진 = 연합뉴스

올여름 삼계탕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초복을 앞두고 수요는 늘고 있지만, 폭염 속 닭의 폐사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닭고기 원재료 가격까지 뛰면서 음식점과 유통업체는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 한때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이던 삼계탕이 이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메뉴가 되고 있다.

더위에 쓰러지는 닭… 가격은 소비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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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 수요가 늘고 있지만, 닭이 더위에 취약한 탓에 수급이 불안해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번 달 생닭 유통 가격이 1kg당 2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63원)보다 무려 28%나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9일까지 폐사한 가금류는 50만 마리를 넘겼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폐사 가축 중 96%가 닭이었으며,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닭은 체온 조절 능력이 부족해 고온에 특히 취약하다. 폐쇄형 축사의 구조상 내부 온도는 외부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고, 이로 인한 피해가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삼계탕 한 그릇에 2만 원?”… 체감 물가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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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삼계탕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2.56으로 5년 전보다 약 22% 뛰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16.31)을 훌쩍 넘긴 수치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삼계탕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1만 7654원으로 1년 전보다 4.6% 올랐다. 이미 서울의 일부 음식점에선 2만 원을 넘긴 경우도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복날을 앞두고 손님은 늘고 있지만, 재료비 부담이 너무 커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삼계탕 가격이 2만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생닭 수급이 더욱 악화되면서 외식 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유통업계 “할인으로라도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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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재해대응반’을 격상해 지방자치단체, 농협,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폭염 대응 가축 피해 최소화 TF’를 구성했다.

TF는 매일 농가 상황을 점검하고 급수 차량과 차광막 등을 투입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닭고기 공급 안정을 위해 오는 17일부터 대형마트 등에서 닭고기를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지자체와 농협, 소방당국까지 동원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한 긴급 급수 체계도 마련됐다.

이외에도 면역증강제, 차광막, 송풍팬 등 폭염 대응 물품이 축산 농가에 지원되고 있다. 가축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비타민제도 공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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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도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각종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피코크 삼계탕 제품군에 10%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롯데마트는 ‘삼계탕용 영계’를 2000원대, 간편 삼계탕 제품도 6000~7000원대로 한정 판매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삼계탕 제품에 1+1 상시 행사를 적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보양식 수요가 많은 만큼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할인 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할인과 수급 조정에 나섰지만, 날씨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폭염이 일상이 된 여름, 보편적인 외식 한 끼마저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공급 안정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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