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7500만 원 줬다는데, 삼성은 왜?
성과급 기준 논란 속 직원들 불만 고조

“성과급이 0원이라니, 이럴 바엔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챙길 때, 삼성전자의 핵심 인력들은 빈손으로 돌아섰다.
성과급 차이는 불만으로, 불만은 결국 퇴사로 이어졌다.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자 삼성전자 내부에는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성과급 논란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촉발됐다. 이 부문은 지난해 무려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이는 성과급 산정 방식이 EVA(경제적 부가가치)에 기초한 탓으로, 적자 기업에는 아예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삼성의 위기감 키운 ‘극과 극’ 성과급

올해 초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15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연봉이 1억원일 경우, 성과급만 7500만원을 받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의 뛰어난 성과는 모든 구성원의 노력 덕분”이라며 그에 걸맞은 보상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 직원들을 고급차 딜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먼저 찾아다닐 정도”라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해 적자로 인해 OPI(초과이익성과급)를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2022년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2023년엔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기대했던 성과급은 없었다. TAI(목표달성장려금) 역시 DS 부문 내 사업부별로 지급률이 25~200%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삼성 직원들 퇴사 ‘러시’… 역대 최다

직원들의 실망은 수치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퇴사자는 총 6459명으로 전년 대비 100명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884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는 월 기준으로 역대 최다 퇴사자 수다.
같은 달 신규 채용자는 291명에 불과해,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도 가장 적은 채용이었다. 고용의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퇴사의 원인으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스카우트가 지목된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주요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판교 일대 호텔을 빌려 즉석 면접을 진행하는 등 파격적인 채용 전략을 펼쳤다. 연봉 인상, 주거비 지원, 비자 발급 지원 등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SK하이닉스도 경력직 채용을 다섯 차례 이상 진행했다. 식각 엔지니어 3명을 뽑는 자리에 200명이 넘는 삼성 현직 엔지니어가 지원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삼성 내부도 ‘성과급 TF’ 구성… 수습 나선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성과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는 사측과 노측이 각각 4명씩 참여해 오는 6월까지 성과급 책정 기준과 지급 규모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방식은 확정된 상태며, 격주 화요일 회의가 진행 중이다.
성과급 TF는 크게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달성장려금(TAI)’으로 나뉘어 논의된다.
OPI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성과급으로, 실적 초과분의 최대 20% 범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 가능하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지급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실제 성과와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에도 OPI·TAI 지급 기준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며, 더 실질적인 기여를 반영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인건비 줄이기 나섰지만… ‘사람’도 놓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약 1억2500만~29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1억2000만원 대비 800만원 가량 늘었다.
하지만 직원 만족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삼성은 작년 16조원을 인건비로, 복리후생비 포함 총 19조5777억원을 지출했다. 인건비율은 9.4%로 전년도 10.6% 대비 낮아졌지만, 이는 경영 효율화보단 인재 유출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삼성이 인건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인력 이탈을 막는 게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인재 유출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단순한 수치 이상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적자났는데 성과금 주는 회사가 어디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