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이 나라’만 독점하던 극비 무기였는데” … 美 국방부의 파격 행보에 ‘관심집중’

F-35 48대 판매 가능성 제기
미·사우디 군사 균형 변화 예고
이스라엘 군사 우위 원칙 흔들릴까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년간 갈망해온 ‘스텔스 전투기 F-35’ 확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 국방부 내부에서 수개월간 논의된 이 계획은 최근 장관급 협의로 이어지며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무기 거래가 다시 뜨거운 외교 이슈로 부상했다.

판매가 성사된다면 중동 군사력의 판도가 바뀔 수 있고, 미국의 오랜 원칙인 ‘이스라엘 우위 보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35, 사우디로 향하나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F-35 구매 요청을 공식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사우디에 F-35 전투기 48대를 판매하는 방안을 내부 시스템을 통해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이 거래는 수개월간의 기술 및 정책 심사를 통과했으며, 현재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 일정과 맞물려 이 소식이 전해진 만큼, 최종 결정을 앞둔 정무적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우디는 올해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F-35 구매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무기의 최대 구매국으로서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에 집중해왔다.

중동 균형 흔들 수 있는 거래

사우디가 F-35를 보유하게 되면,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 우위(QME)’ 정책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QME는 미국이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유지해온 중동 전략 기조로, 2008년에는 의회에서 이를 법제화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아랍권 국가들에 전투기를 판매하더라도 이스라엘보다 낮은 성능의 기종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F-35는 예외다. 스텔스 기능과 전자전 능력, 통합 전장 네트워크까지 갖춘 5세대 전투기로, 현재 중동에서 오직 이스라엘만이 운용 중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F-35 판매를 조건으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추진했으나, 가자지구 전쟁 이후 대화는 멈췄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조건 없이 무기 거래 자체를 우선시하는 노선을 강화해왔다.

의회의 벽…넘을 수 있을까

계획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여전히 변수들이 남아 있다. 미국 내각의 추가 승인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 그리고 가장 큰 고비인 의회 통보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의회는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사우디와의 군사 협력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사우디에 대한 첨단 무기 판매가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