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왕좌가 흔들린다”… SK ’11조’ 베팅 소식에 덩달아 삼성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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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인텔 낸드 인수 마무리
HBM 선도하며 기술 초격차 확대
삼성이 30년 지킨 왕좌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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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정말 이 판을 바꾸려는 건가?”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묵직한 충격이 퍼졌다.

이 인수는 단순한 ‘몸집 불리기’를 넘어, 기술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거래로 SSD 사업부, 낸드 단품, 웨이퍼 비즈니스, 그리고 중국 다롄 공장까지 모두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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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지식재산권(IP)과 인력까지 넘겨받으면서 단순한 설비 인수 차원을 넘어섰다.

이 거래에 들인 금액만 무려 90억 달러(한화 약 11조 1205억 원)로, 이는 국내 M&A 역사상 단일 건으로 최대 규모다.

인수는 2020년 10월 계약을 체결하며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1차로는 약 7조 8000억 원을 들여 SSD 사업과 공장을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먼저 인수했다.

또한 이번에 나머지 금액까지 완납해 남은 자산 전체를 넘겨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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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의 DRAM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낸드 분야로 사업의 외연을 넓히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기술을 자사 기술과 융합해 SSD 및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 역시 “이번 인수는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HBM 선점한 SK… 흔들리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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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 확대에 그치지 않고,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연이어 따내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HBM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해당 부문에서만 약 5조 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경쟁사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업계에서 자체 추산한 수치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경쟁사들이 진입하지 못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샘플 공급은 사실상 제품 개발이 완료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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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제품은 초당 2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역대 최고 대역폭을 구현했으며, 용량 또한 36GB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SK하이닉스의 HBM4를 탑재할 예정이며, 샘플 인증도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시작된 상태다.

이러한 기술 경쟁력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HBM3E, HBM4에 이어 10나노미터 초반 공정의 16Gb DDR5 D램까지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술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AI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양산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30년 지킨 왕좌,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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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매서운 질주가 이어지며, 삼성전자가 무려 30년 넘게 지켜온 D램 시장의 절대강자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가 D램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앞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한 이래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D램 매출 격차가 1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좁혀졌고, HBM3E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보다 더 높은 단가로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의 D램 평균 단가는 SK하이닉스보다 20%가량 낮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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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K하이닉스

이에 따라 두 회사 모두 매출은 줄지만, 삼성전자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이재용 회장도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임원진을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기존에 안주하지 말고 판을 바꾸는 시도를 해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실제 고부가 제품인 HBM 개발은 SK하이닉스가 오랫동안 집중해왔던 분야였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D램 기술에서도 삼성의 속도가 느린 건 충격”이라며 “이 회장이 오랜 재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11조 베팅’이 기술 판도를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그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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