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에 시장 혼란
금리 우대 축소… 조건 더 깐깐해져
“대출 안 되는 이유도 제각각”

“알아보던 은행이 갑자기 대출을 안 해준다고 해서, 하루 종일 다른 은행 찾아다녔어요.”
대출을 받으려던 이들이 규제 강화 소식에 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압박에 따라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대출 조건을 바꾸면서, 은행 창구마다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에게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주택 매입이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긴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나은행, 우대금리 절반으로 축소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다자녀가구 대상의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한다.
지금까지는 미성년 자녀가 2명이면 0.2%포인트, 3명 이상이면 0.4%포인트를 금리에서 감면해 줬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로 감면 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확대 운영하던 우대 제도를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자체는 유지되지만, 혜택은 이전보다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SC제일은행, 1주택자도 주담대 중단

SC제일은행은 3일부터 서울 지역에 한해 1주택자 대상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단, 무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이나 기존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하는 대출은 가능하다.
이미 지난달부터는 2주택 이상 보유한 차주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이나 생활자금 명목의 주담대를 금지하고 있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서울 외 지역은 아직 기존처럼 2주택까지는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은행마다 다른 규제…혼란 더 커져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일제히 보수적인 태도로 전환하면서, 서로 다른 규제가 고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서울의 한 주택 매수 희망자는 은행을 옮겨가며 대출 조건을 문의하고 있지만, 은행마다 기준이 달라 어디서 대출이 가능한지조차 파악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각 은행 창구에는 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상담은 많아졌지만 실제 접수 건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초구에선 하루에도 여러 번 찾아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상담이 급증했다”며 “하지만 막상 대출 신청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마다 대출 조건이 다르다 보니,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파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