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올랐는데 “내가 받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 예상 밖 통계 발표에 ‘좌절’

가계소득 늘었지만 지출은 더 커
카드론·불법 사금융 의존도↑ ‘경고등’
월급
사진 = 연합뉴스

“올해 초에 월급이 20만 원 올랐는데, 통장은 더 빨리 비네요.”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가계부를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자녀의 학원비, 대출 이자, 각종 세금에 고정지출까지 나가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쪼들리는 느낌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발표된 각종 통계에 따르면 가계 수입은 늘었지만 각종 세금, 교육비,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실질적인 소비 여력은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중산층의 여윳돈은 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카드 연체율과 불법 사금융 피해도 동반 상승하며 서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산층 ‘여윳돈’ 70만 원 밑으로…5년 만에 최저

월급
사진 = 연합뉴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40~60%에 해당하는 이른바 ‘중산층’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65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8만8000원 줄어든 수치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70만원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흑자액은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세금·이자 등)과 소비지출(의식주 등)을 제외하고 남은 여윳돈을 의미한다.

이번 감소는 부동산 구입에 따른 세금, 교육비, 이자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실제로 같은 기간 3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77만7천 원으로 전년 대비 12.8% 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위소득 가구는 가계부채와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실질 소비 여력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의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

월급
사진 = 연합뉴스

서민 경제의 한 축인 카드사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공개한 ‘2024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연체율은 1.65%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카드론과 할부금 등으로 늘어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연체율 상승에 따라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모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카드론 잔액도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9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 원에 달했다. 한 달 전보다 약 2500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월급
사진 = 연합뉴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이 카드론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도권 금융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는 1만2398건으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특히 채권추심 관련 피해는 4년 만에 무려 5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9월에는 30대 싱글맘이 사채업자의 집요한 추심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채권자는 피해자의 유치원생 자녀가 다니는 교육기관까지 찾아가 채무를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사채업자는 법정 최고금리의 100배가 넘는 5214%의 고금리를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더 벌어도 더 쓰게 되는 구조”… 악순환 끊어야

월급
사진 = 연합뉴스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중산층과 서민층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각종 세금과 교육비, 이자 부담이 가계 여유자금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접근성마저 떨어지자 일부는 범죄의 영역으로까지 발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의 비율은 74.1%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용평점 하위 10%에 속한 인원 중 불법 금융 이용자는 1년 만에 약 4만4000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불황과 대출 규제 강화가 겹친 현 시점에서, 소득 증가만으로는 가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간다면 중산층과 서민이 먼저 무너지고, 결국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실질적 효과가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관심 집중 콘텐츠

Subscription

“이것만 있으면 내 집 마련 가능”… 정부까지 나섰지만 ‘200만 명’ 전부 등 돌린 이유

더보기
SK

“전 세계 쓰러져도 혼자서만 잘나가더니”… 삼성 제치고 1위 차지한 ‘K-기업’의 정체

더보기
Samsung

“美·中 전쟁의 승자는 삼성?”… 글로벌 대기업 ‘독차지’하더니 역대급 결과 발표됐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