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문 닫는 시내 면세점
중국인 발길 끊기자, 대기업도 흔들
한때 ‘황금알’이던 사업, 왜 무너졌나

“그 많던 관광객은 다 어디 갔을까.”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서울 동대문 한복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쇼핑 가방을 든 관광객이 줄을 지었던 그곳에, 현대면세점이 문을 닫는다. 개점 5년 만이다.
이제 면세점 업계는 ‘버틸 수 있느냐’가 아닌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불황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
고정비 못 견디고 하나둘 철수

현대면세점은 지난 1일, 시내 면세점 동대문점을 오는 7월까지 폐점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무역센터점 운영 면적도 현재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줄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종속회사 현대디에프가 “경영 효율화를 통한 적자 해소”를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면세점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달라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면서, 시내 면세점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 공항 면세점 임차료 부담, 다이궁에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까지 겹치며 업계는 고사 위기에 몰렸다.
줄줄이 적자, 구조조정 본격화

현대면세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면세점 4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14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신라면세점은 69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866억 원 흑자에서 359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면세점 역시 288억 원 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면세점들은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부산 시내점의 문을 닫았고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잠실 월드타워점의 영업 면적을 축소했다.
업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큰손’ 다이궁 중심의 영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그간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중국 보따리상들과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 산업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 특히 다이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며 “관광 트렌드가 바뀐 지금, 산업 구조 자체를 새롭게 짜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다시 유커 잡기 위해 총력전

이제 면세점들은 잃어버린 중국인 관광객을 다시 잡기 위해 ‘전면전’에 돌입했다. 정부는 오는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추절(10월 1~8일)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형 이벤트에 맞춰 단체 방문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이에 따라 면세점들은 여행사와 손잡고 단체 관광객 유치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외국인 비즈니스 단체를 유치하는 MICE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고, 롯데면세점은 위챗페이, GS25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외국인 고객 유입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개별 관광이 보편화되고 중저가 쇼핑이나 체험형 콘텐츠를 선호하는 흐름 속에서 과거처럼 단체 관광객만으로 실적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