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논란 강 건너 구경하더니 “우려하던 일 벌어졌다” … 현대차·기아 어쩌나

테슬라 BMS 논란 확산
현대차 ICCU 결함 재조명
전기차 신뢰 흔들릴 위기

전기차가 달리던 도로 위에서 갑자기 멈췄다. ‘펑’ 하는 소음과 함께 속도가 급격히 줄었고, 차량은 끝내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

최근 테슬라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결함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오류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사는 이미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동일한 증상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기차 품질을 넘어 소비자 신뢰와 직결된 중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테슬라 흔들리자, 현대차도 ‘긴장’

테슬라가 판매한 전기차 13만여 대 중 4300여 대에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류 발생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에 적용한 ICCU 장치도 소비자 불만의 도마에 올랐다.

ICCU는 고전압 배터리에서 차량 내부의 보조 배터리로 전력을 전환하고 제어하는 장치로, 오류 시 주행 중 전력 손실이나 차량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해당 부품에 결함이 생기면 저전압 배터리 충전이 중단돼 차량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부 운전자는 차량이 주행 중 갑자기 멈추고,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리콜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지난해 국내에서 총 35만여 대, 미국에서 20만여 대 전기차를 ICCU 결함 문제로 리콜했다. 아이오닉5·6, EV6, 제네시스 GV60·GV70 등의 주요 모델이 포함됐다.

하지만 리콜 이후에도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일부 차량 소유주는 “부품 교체 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동일 증상이 반복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수리하려 해도 부품이 부족해 몇 주씩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현대차그룹 내부 관계자 역시 ICCU 오류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비용 부담을 우려한 현대차가 소비자 요구가 있을 때만 무상 수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조용히 대응해 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리더십 시험대 오른 정의선 체제

전문가들은 이번 ICCU 논란이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 회장은 그룹 수석 부회장 시절이던 2018년, 세타2 GDi 엔진 결함 문제에 대해 평생 보증을 선언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ICCU 사태는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 국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다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고장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품질 검증 체계가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현대차가 구조적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브랜드 신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기로에 서 있다. 테슬라의 BMS 결함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지금, 현대차의 ICCU 문제는 더 이상 묻어둘 수 없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