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대형 전기 SUV EV9이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에서 볼보 EX90을 누르고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선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EV9이지만, 해외에선 기술력과 성능으로 인정받으며 반전의 실마리를 만들고 있다.

EV9은 최근 독일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가 진행한 대형 전기 SUV 비교 평가에서 볼보 EX90을 제쳤다. 이 매체는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차량 선택의 기준으로 여겨질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더욱이 이번 비교는 ‘2024 세계 올해의 자동차’(EV9)와 ‘2025 세계 올해의 럭셔리 자동차’(EX90)의 맞대결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독일, 기아를 ‘우위’로 평가하다

14일 기아에 따르면, 아우토 빌트는 EV9과 볼보 EX90의 AWD 모델을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했다.

총 7개 항목에 걸쳐 비교가 진행됐고, EV9은 바디 구조, 파워트레인, 경제성에서 앞섰으며, 나머지 항목에서도 대등한 수준을 보여 총점 589점을 기록해 EX90(571점)을 앞질렀다.

특히 3100mm의 긴 휠베이스와 2열 독립 시트, 2393리터의 적재 공간 등 넉넉한 실내와 활용성은 유럽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행 성능에서도 EV9은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5.2초, 시속 80→120km 가속 시간은 3.5초로, EX90보다 각각 0.6초, 0.2초 빨랐다.

아우토 빌트는 EV9이 약 120kg 더 가벼운 무게와 고효율 전동화 시스템 덕분에 이 같은 성능을 냈다고 분석했다.

국내 외면, 해외 호평의 아이러니

하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EV9은 국내에서 높은 가격과 초기 품질 논란으로 고전 중이다. 2023년 출시 첫해에 8052대 판매에 그쳤고, 올해 들어서는 월 100대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1월 37대, 2월 88대라는 수치는 출시 초기 기대에 못 미친다. 이에 반해 해외에서는 연이어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2만2017대를 판매하며, 대형 SUV 선호가 강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EV9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테슬라 모델X가 7만7900달러(약 1억 원)인 반면, EV9은 5만4900달러(약 7600만 원)부터 시작해 실용성과 가성비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기아는 EV9의 해외 인기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미국 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에 맞춰 구단별 테마 디자인을 적용한 디스플레이를 선보였고, NFL 슈퍼볼 광고를 통해 전기차 브랜드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기아 관계자는 “E-GMP 기반 기술력과 EV9의 상품성이 이번 평가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긍정적 반응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