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원 아끼던 시절 끝났다”…취등록세 면제 ’40만 원’으로 쪼그라들자, 소비자들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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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아이콘 경차
19년 만에 최저
소형 SUV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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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점유율 급감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7.6%까지 치솟았던 경차 시장 점유율이 올해 5.1%로 추락하며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6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산 경차 판매량은 4만 6011대로 전년 동기(8만 3383대) 대비 31.3% 급감했다.

경차가 국산 승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전년 동기(7.9%)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6년(4.2%) 이후 1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경차는 불황기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성장해왔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차 시장 점유율은 27.6%까지 치솟았고,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에는 판매량이 20만 2844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 침체 속에서는 오히려 몰락하고 있어 업계는 ‘경차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있다.

취등록세 전액 면제→40만원으로 축소… 세제 혜택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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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 출처 : 연합뉴스

경차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세제 혜택 축소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경차는 취등록세를 전액 면제받았다.

1000만 원짜리 경차를 구매하면 70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정부는 과세 형평성을 이유로 경차 취등록세 면제 한도를 50만 원으로 제한했다.

이후 2024년까지는 75만원으로 소폭 상향됐지만, 올해 3월부터는 다시 40만원으로 축소됐다.

설상가상으로 경차 가격도 급등했다. 3년 전 900만 원대였던 스파크의 시작 가격은 현재 모닝 기준 1300만 원대로 올랐고, 각종 옵션을 더한 최고가는 2000만 원을 돌파해 준중형 세단 아반떼(2150만 원) 가격과 겹치는 수준이다.

세제 혜택은 줄고 가격은 오르면서 경차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경제성’이 완전히 퇴색됐다.

티볼리가 판 바꿨다…소형 SUV 점유율 6.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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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10주년 / 출처 : KG모빌리티

경차 시장 급락의 또 다른 주범은 소형 SUV의 급성장이다. 2015년 쌍용차(현 KG모빌리티)가 티볼리를 출시하며 본격화된 소형 SUV 시장은 경차의 전통적 수요층을 빠르게 흡수했다.

현대 코나·베뉴, 기아 셀토스·니로, 르노코리아 XM3 등이 잇따라 시장에 투입되면서 소형 SUV는 경차의 대체재를 넘어 주류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국산 승용차 시장 내 소형 SUV 점유율은 2015년 6.5%에서 2023년 35.6%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차 점유율이 10% 내외에서 5% 수준으로 반토막 난 것과 정반대다.

소형 SUV 시장 규모는 2018년 15만 5041대에서 2023년 21만 3349대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경차는 같은 기간 12만대 수준에서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는 경차보다 200~300만원 비싸지만 활용성과 디자인 면에서 압도적”이라며 “경차의 해치백 디자인과 유사하면서도 높은 착좌감과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해 첫 차를 구매하는 수요층이 대거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형 SUV의 시작 가격은 2000만원 선으로 최고급 경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완성차 업체 “마진 안 나”…스파크 단종 후 신차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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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 출처 : 연합뉴스

완성차 업체들의 경차 외면도 시장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한국GM이 24년간 생산해온 스파크를 단종시키면서 국내 경차 라인업은 5종에서 4종(모닝·레이·레이EV·캐스퍼)으로 줄었다.

2022년 이후 경차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모델은 기아 레이EV가 유일할 정도로 신차 투입이 전무한 상태다.

완성차 업체들이 경차 개발을 꺼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마진율이 중·대형차 대비 현저히 낮은 데다 친환경 파워트레인 개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반면, 판매가는 낮게 책정돼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구조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대형 세단, SUV, 고급 전기차 위주로 라인업을 전환하고 있으며 경차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신차 시장과 달리 중고 경차 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최대 중고차 직영업체 케이카에 따르면 2023년 중고 경차 4종(캐스퍼·모닝·레이·레이EV) 거래량은 전년 대비 41.3% 급증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경차는 매년 판매량 톱5 안에 최소 3종 이상 이름을 올린다”며 “가격이 저렴해 누구나 부담 없이 사고팔기 때문에 불경기일수록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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