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핏줄로 시작된 해병으로서의 길이지만, 이 길의 멋진 완성은 제 몫이라 생각합니다.”
2일 해병대 신병 1327기 수료식장에서 울려 퍼진 김준영 이병의 선서는 단순한 결의가 아니었다. 그의 가슴에는 증조부, 할아버지, 아버지로 이어진 77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해병대 창설 이후 처음으로 4대에 걸친 해병 가문이 탄생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3대 해병 가문이 58개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4대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무했다.
한국 전쟁사의 주요 국면마다 해병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헌신이 어떻게 대를 이어 계승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특히 준 4군 체제 확립을 앞둔 시점에서 이 가문의 등장은 해병대의 정체성과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병 3기부터 1327기까지, 77년을 관통한 ‘귀신 잡는 해병’

김준영 이병의 뿌리는 6·25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故 증조할아버지 김재찬 옹은 병 3기로 제주도에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 도솔산지구전투 등 해병대 필승 신화의 핵심 전투에 참전했다. 하사로 전역한 그는 해병대가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별명을 얻던 시기의 산증인이다.
할아버지 김은일 옹(병 173기)은 베트남전 참전 세대다. 추라이 지구 전투 등 청룡부대의 주요 작전을 수행하며 해병대의 전설을 이어갔다.
이날 멀리 제주 가파도에서 손자의 수료식을 보기 위해 참석한 그는 “후배 해병들 모두가 강인한 해병으로 나라를 든든히 지키길 바란다”며 77년 전 자신이 받았을 선배들의 격려를 그대로 전했다.
아버지 김철민 씨(병 754기)는 냉전 시대 김포반도 최전방에서 수도 서울의 서측방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준 4군 체제 시대, 전통과 미래의 교차점

김수용 교육훈련단장(해병 준장)은 “해병대가 준 4군 체제의 위상을 확립해 가는 중요한 시점에 신병 1327기가 그 주역이 되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병대는 현재 작전권 독립과 조직 확대를 통해 준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한국군 전력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4대 해병 가문의 탄생은 이러한 변화의 한복판에서 나왔다. 6·25 전쟁 당시 소규모로 시작한 해병대가 상륙작전, 도서방어, 신속대응 등 독자적 작전 영역을 구축한 것은 故 김재찬 옹과 같은 1세대 해병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준영 이병이 ‘빨간 명찰’을 달고 선 자리는 그 전통의 연장선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다.
김준영 이병이 약속한 “무적해병”의 길은 이제 증조부가 걸었던 인천상륙작전의 해변에서, 준 4군 체제 시대의 새로운 지평까지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