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석’ 격상 여부 주목
32년 만에 부활 가능성
대남 적대노선 제도화 전망

북한이 이달 하순 제9차 당대회를 마친 직후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식 직함을 김일성 시대의 ‘주석’으로 격상시킬지 주목된다.
2024년 9월 이후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을 ‘국가수반’으로 지칭하는 빈도가 급증하면서, 32년간 봉인됐던 주석제 부활 가능성이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 헌법은 최고인민회의를 ‘최고주권기관’으로 규정하며 헌법 수정과 국가기구 인사 임명권을 부여한다. 다만 실제로는 노동당 결정사항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
그럼에도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창구로서 당대회 직후 최고인민회의가 연이어 열리는 것이 관례다. 2021년 8차 당대회 때는 5일 만에, 2016년 7차 당대회 때는 약 50일 후에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됐다.
7년 만에 임기 초과… ‘제15기 선거’ 먼저 치른다

현재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2019년 3월 선출돼 헌법상 임기 5년을 한참 넘긴 상태다. 북한이 당과 국가기구의 운영 주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15기 대의원 선거를 미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9차 당대회 이후에는 새 대의원 선거부터 진행한 후, 첫 회의에서 당대회 결정사항을 법제화하고 내각 등 국가기구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대목은 당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당규약에 명문화한 뒤,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를 헌법에 반영하는 3단계 제도화 시나리오다.
북한은 2023년 12월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여러 차례 법제화를 예고했지만, 구체적 결과물은 공개하지 않았다.
2024년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했으나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남북관계·통일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석’ 부활론 vs 불필요론… 엇갈린 전망

김정은이 주석직을 계승할지를 둘러싼 논쟁은 팽팽하다.
주석 부활 가능성을 보는 측은 2024년 9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국가수반’ 표현이 급증한 점을 근거로 든다. ‘국가수반’은 김일성이 맡았던 주석 직위의 헌법상 정의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반면 불필요론자들은 2019년 두 차례 헌법 개정으로 이미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하도록 규정됐고, 북한 정치이론지 ‘근로자’도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서 일체 무력에 대한 지휘통솔권과 국가 전반사업 지도권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고 반박한다.
다만 북한 정권이 상징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석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일성 사후 ‘영원한 주석’으로 선포되며 폐지됐던 주석제가 32년 만에 부활한다면, 이는 단순한 직함 변경이 아니라 김정은 시대의 권력 구조를 재설계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 완성 수순

이번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의 또 다른 핵심 의제는 대남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제도화 완성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한 정당화, 당규약 반영을 거쳐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 절차까지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기존 헌법의 통일·민족 표현을 수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영토·영공·영해 조항을 신설해 대남 적대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2026년 ‘비핵화 거부-적대적 두 국가론-핵·재래식 무력 통합’이라는 3대 축으로 대내외 전략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경제적 부담 증가와 국제적 고립 심화라는 대가를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북한이 주석제 부활과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제도적 완결성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적대 노선을 불가역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