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Q-9 리퍼 드론 12대 격추
‘대테러 최강자’의 한계 노출
현대식 레이더·미사일에 취약

‘하늘의 암살자’라 불리며 20년간 대테러 작전의 상징이었던 미군의 MQ-9 리퍼 드론이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이란 전쟁에서 리퍼 드론 약 12대가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대당 3000만 달러(약 450억원)에 달하는 최첨단 무인기가 단 2주 만에 5400억원어치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이미 작년 예멘 후티 반군과의 교전에서도 최소 6대가 격추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제작사 제너럴 아토믹스는 총 575대를 생산한 뒤 지난해 생산라인을 폐쇄했고, 미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퇴역 수순을 밟고 있다.
IS 수장 암살과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의 주역이었던 리퍼가 정작 이란 본토에서 무력화되며 불명예 퇴역 위기에 처한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전술적 실패가 아닌, 무인기 전쟁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한국 군산 공군기지에 지난해 9월 상시 배치된 제431원정정찰대대의 리퍼 드론 운용 전략도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고강도 방공망 앞에 무력화된 ‘저속 거대 표적’

리퍼 드론의 치명적 약점은 역설적이게도 그 강점에서 비롯된다. 길이 11m, 날개 길이 22m의 대형 기체는 15km 상공에서 24시간 이상 체공하며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 속도가 시속 400km에 불과해 고성능 지대공 미사일 앞에선 ‘느린 표적’에 불과하다.
이란군은 고성능 방공체계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대테러 작전에 특화된 리퍼가 국가 단위 방공망과 맞닥뜨리면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한 미군 관계자는 “리퍼는 탈레반이나 IS 같은 비정규군 상대로는 완벽했지만, 현대식 레이더와 미사일을 갖춘 국가와의 전면전에선 생존이 어렵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더구나 미군이 이란 작전에서 리퍼 드론 10대 이상을 동시 투입한 건 수백 개 목표물을 실시간 추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집중 투입이 집중 손실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주 후반 기준 12대 손실 중 한 대는 걸프 협력국의 오인 사격으로 격추됐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군산 기지 배치 드론, 한반도 전략 재검토 신호탄

이란 사태는 한반도 배치 리퍼 드론의 운용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군산 공군기지에 창설된 제431원정정찰대대는 북한 미사일 발사대 추적과 서해 중국군 감시를 주 임무로 한다.
주한 미 7공군은 “정보·감시·정찰 임무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고 밝혔지만, 북한 역시 이란처럼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다층 방공체계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사시 리퍼 드론이 북한 영공 깊숙이 침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휴전선 인근이나 서해 상공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제한적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국방 전문가는 “리퍼는 평시 전략정찰 자산으로선 여전히 유용하지만, 고강도 충돌 상황에선 생존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한미 연합작전 체계에서 리퍼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손실 대비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군은 한반도에 F-35 스텔스 전투기와 RQ-4 글로벌호크 등 다층 정찰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리퍼의 비중 축소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리퍼 드론의 취약성은 ‘무인기 만능론’에 경종을 울린다. 대테러 작전의 스타에서 국가 간 전면전의 소모품으로 전락한 리퍼의 운명은, 현대 무인기 전쟁이 양적 소모전과 저비용 공세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