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싶으면 이사하세요”… 모두에게 ‘1억’ 준다는 ‘이곳’, “대체 어디길래?”

결혼만 해도, 아이만 낳아도 ‘현금 지원’
출산율 역주행, 이유는 ‘이 정책’

“아이 낳으면 1억 원을 준다고요?”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례 없는 현금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들 지역은 거침없는 ‘현금 복지’로 아이 울음소리를 다시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결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해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출산율도 4년 만에 최고치인 0.88명을 나타내며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강남구, ‘현금 지원+프리미엄 인프라’

서울 25개 자치구가 앞다퉈 출산·육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재정 여력이 탄탄한 강남구는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한 지역으로, 지난해 출생아 수가 2689명으로 전년보다 14.4%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3.1%)의 약 5배 수준이다.

비결은 통 큰 현금 지급이다.

강남구는 첫째와 둘째에게는 각각 200만원, 셋째는 300만원, 넷째는 5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100% 현금으로 제공한다. 서울에서 현금 지원을 하는 자치구는 단 5곳뿐이다.

여기에 육아 인프라도 빈틈이 없다. 지난해 9월 개관한 강남어린이회관은 영어 교육, VR 체험 등으로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사랑맘건강센터’에서는 예비부모 대상 건강검진, 상담, 예방접종까지 한 번에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강서구, 중랑구 등 다른 구는 지원이 미미하다.

미혼모 냉난방비나 셋째 진료비 정도의 지원만 있을 뿐, 직접적인 현금 혜택은 없다. ‘강남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억 드립니다“… 청년들 우르르 몰렸다

서울보다 한발 앞선 곳도 있다.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영유아(0~8세 미만)에게 매달 육아 기본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아이 한 명당 지급되는 총액은 무려 1억467만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출산 전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지원금이 포함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다자녀 기준을 ‘셋째’에서 ‘둘째’로 확대해 둘째부터 지원 폭을 넓혔다.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이처럼 고강도의 육아정책을 펼치는 곳은 강원도가 유일하다.

도 관계자는 “단순히 현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정책 홍보와 행정 지원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아예 출산과 결혼에 ‘1억 패키지’를 도입했다.

1억 드림 정책은 출생아 1명당 18세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하루 천원만 내면 거주 가능한 ‘천원 주택’까지 마련되며 청년층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실시한 천원주택의 경우, 총 500가구 모집에 무려 3681가구가 몰렸다. 경쟁률은 7.36대 1에 달했다.

인천시는 이어 청년들의 교제부터 결혼, 양육까지 이어주는 ‘이어드림’, ‘맺어드림’, ‘길러드림’ 3종 세트를 발표하며 출산정책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 결과, 인천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1만5242명으로 11.6% 증가했다.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복지 확대에 출산율 ‘꿈틀’

전문가들은 “출산율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지만, 경제적·사회적 지원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인 건수 역시 지난해보다 14.8% 늘어나며, 이는 출산율 증가의 선행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출산율 회복이 없으면 한국은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출산 장려금이 실제로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현금 지원과 육아 인프라, 근무환경 개선 등 종합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