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6억원 5060세대, 현금 1억도 안 돼
부동산 80% 집중, 노후 현금흐름 ‘빨간불’
주택연금·다운사이징 등 유동화 전략 절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모(58)씨는 시가 6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한 ‘자산가’지만, 정작 손에 쥔 현금은 없다.
주택담보대출 상환과 생활비, 자녀 교육비에 매달 쪼들리며 은퇴 후가 더 걱정이다. 이는 비단 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5060세대가 ‘집 부자, 현금 빈자’의 딜레마에 빠졌다. 평생 일해 모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정작 필요한 현금 흐름은 확보하지 못한 채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이들의 노후 준비 부족은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자산 6억원 시대, 현금은 1억원도 안 돼

50대 가구의 평균 자산은 6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 중 75%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금융자산은 1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60대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부동산을 제외한 실제 가용 금융자산은 50대가 1억447만원, 60대는 8721만원 수준이다.
은퇴 후 최소 20~30년을 이 돈으로 버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월 96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노후 생활비 부족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마저 쉽게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녀 독립이 늦어지면서 큰 집이 여전히 필요하고, 막상 팔려고 해도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까지 남아 있어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더욱 줄어든다.
금융 문맹에 투자 사기까지

현금 부족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 이해력 부족이다. 50대와 6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7점, 64.4점으로 30~40대보다 낮다. 특히 금융상품 선택 능력이 떨어져 노후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홍콩 H지수 ELS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로, 가입자 15만명 중 60%가 5060세대였다.
“한 번도 손해 본 적 없어 예금처럼 생각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상품 이해 없이 투자한 경우가 많았다. 퇴직금 같은 목돈을 한순간에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 건수 중 50대 이상 비중이 33%를 넘었고, 60대 이상 신고는 전 분기 대비 58% 급증했다.
투자 이해도는 낮은데 보유 자금은 상대적으로 많아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주택연금이냐 다운사이징이냐

부동산에 묶인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주택연금과 주택 다운사이징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연금을 받는 제도다. 6억원 집을 보유한 70세 기준으로 월 177만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다만 공시가 12억원 이하 주택만 가입 가능하고, 가입자 사망 후 집을 처분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고 싶은 욕구와 충돌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입자는 꾸준히 늘어 13만명을 넘어섰다.
다운사이징은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겨 차액을 생활비로 쓰는 방식이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안 되거나 더 유연하게 자산을 활용하고 싶은 경우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 비용과 새 집 적응 문제, 그리고 막상 팔 곳이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포함한 종합적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며 “은퇴 전 마지막 10년이 노후 준비의 골든타임”이라고 조언한다.
대중부유층 시니어의 49%가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초고령사회로 가는 한국에서 5060세대의 자산 구조 개선은 개인의 노후 안정은 물론 국가 경제 활력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다. 부동산에 몰린 자산을 어떻게 현금 흐름으로 전환할지, 지금 바로 고민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