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대로인데 일이 없어요”… 직장 내 유배 당한 50대들, 심리적 타격이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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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정년까지 수년 남았지만 조직서 고립
명예퇴직 압박에 업무 박탈로 자존감 추락
직장 내 유배
직장 내 유배 당한 50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모씨는 정년을 3년 앞두고 갑자기 주요 업무에서 배제됐다.

20년간 담당했던 프로젝트는 후배에게 넘어갔고, 회의에도 불리지 않는다. 월급은 그대로 받지만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시간만 보내는 ‘유배’ 생활이 시작됐다.

정년 전 ‘조용한 퇴사’ 강요받는 중년층

직장 내 유배
정년 연장 / 출처 : 연합뉴스

2024년 12월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정년 65세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원한다는 리멤버 설문조사가 나왔지만, 현장의 풍경은 정반대다. 기업들은 정년연장 의무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50대 중후반 직원들에 대한 명예퇴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업무 배제, 지방 발령, 허드렛일 전환 등을 통해 조직 내 고립을 유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서를 내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정년연장 시 60~64세 고용 비용이 연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업들이 사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월급은 받지만 사라진 ‘일의 의미’

직장 내 유배
퇴직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조직 내 유배가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손실보다 심리적 타격이다. 명예퇴직 압박을 받은 직장인들은 퇴직 권고 통보 자체에서 오는 충격과 함께 회사에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모욕감을 호소한다.

특히 자존심이 강하고 회사 내 성과가 있던 고학력 출신일수록 심리적 충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2025년 포티파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직장인 번아웃의 주된 원인은 업무량보다 ‘질적 직무 부하’와 관련이 있었다. 번아웃 심각군은 양호군에 비해 질적 직무 부하가 평균 24.3% 높았다.

업무의 방향과 의미가 불분명할 때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에너지 투입을 줄이게 되는데, 조직 내 유배 상태는 이러한 상황을 극단화시킨다.

법적 보호장치 있지만 현실은 무력

직장 내 유배
직장 내 괴롭힘 / 출처 :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시행되고 2021년 처벌 규정이 강화되었지만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조사나 보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는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니다.

IT노조 측은 “근무 장소와 시간에 상당한 변동을 주면서도 성실한 대화 없이 퇴사를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사내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직장 내 유배
한국경제인협회 / 출처 :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는 65세 정년연장 시 도입 5년 차 비용이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5~29세 청년 약 9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년연장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임금체계 개편과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조직 내 중년층 유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직무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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