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가면 절반 이하”
예비부부들 갈등 커져

서울 강남에서 결혼을 준비 중이던 한 예비신부는 결혼식장 견적서를 받아든 순간 절로 한숨이 나왔다. 대관료, 식대, 드레스, 메이크업까지 모든 항목이 고공 행진 중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전국 14개 지역 522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 서비스의 평균 비용은 2101만원이었다.
강남은 이 평균을 훌쩍 넘는 3409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상도 평균 비용인 1209만원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결혼, 지역 따라 ‘세 배’ 차이

조사에 따르면 결혼 비용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식대와 대관료였다. 서울 강남은 1인당 식대가 평균 8만5천 원으로 가장 비쌌으며, 최소 보증 인원을 감안한 식대 총액도 2천2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상도는 4만4천 원 수준에 그쳐 식대 총액이 705만 원에 불과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으로 구성된 ‘스드메’ 패키지 가격도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전라도, 광주, 부산 등은 300만 원대인 반면, 인천은 200만 원 초반대로 가장 저렴했다.
공공시설 활용도가 높은 경북은 전체 결혼식장 비용 중간값이 815만 원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경북에서 예식을 올린다면, 강남보다 2천만 원 이상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은 비용도 최고, 미혼율도 최고

서울은 결혼 비용뿐 아니라, 결혼을 미루는 현상도 가장 두드러진다. 통계청의 지난해 말 발표에 따르면, 혼인·출산 적령기인 30대의 미혼율은 서울이 62.8%로 전국 최고였다.
전국 30대 미혼율이 51.3%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은 결혼을 가장 하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이 두렵다”는 청년들의 속마음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경북처럼 비교적 저렴한 지역에서도 결혼율은 낮다. 포항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결혼 비용도 고민이지만, 그보다 안정적인 직장과 내 집 마련이 더 큰 걱정”이라며 현실적인 장벽을 토로했다.
정보 비공개 여전…정부 역할 필요

한편, 조사에 참여한 522개 업체 중 63.6%가 가격정보 공개를 꺼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경쟁사 노출 우려로 정보공개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며, 격월 단위로 결혼 비용 정보를 ‘참가격’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결혼 비용 문제는 인구구조와 사회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다. 예비부부의 선택이 지방으로 확산할지, 아니면 결혼 자체를 포기하게 될지는 지금의 정책과 대응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