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직원처럼 하고, 대우는 프리랜서로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 회사의 교묘한 계약 꼼수 탓에 퇴직금도, 4대보험도, 야근수당도 받지 못한 채 일해온 이들에게 마침내 정부가 손을 내밀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7일 서울 여의도에서 ‘고용노동 분야 정상화 과제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불법·편법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과제들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출근은 직원, 세금은 사장’…가짜 3.3 계약의 실체
이번 정부 대책의 핵심 표적은 이른바 ‘가짜 3.3 계약’이다. 3.3% 원천징수는 본래 독립적으로 일하는 개인사업자나 진짜 프리랜서에게 적용되는 세금 징수 방식이지만, 일부 사업주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악용해왔다.
근로기준법상 직원을 채용하면 사업주는 국민연금 등 4대보험 절반을 부담해야 하고, 퇴직금·연차수당·연장수당도 지급해야 한다. 서류상 ‘프리랜서’로 묶어두면 이 모든 법적 의무를 교묘하게 피할 수 있어, 사실상 직원처럼 일하는 노동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구조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계약서 명칭이 아닌 ‘실제로 일하는 방식’, 즉 실질적 근로자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배달·대리운전·하청업체 노동자 등 산업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이들에 대한 보호망도 함께 강화된다.
‘포괄임금이라 수당 없다’…현대판 공짜 노동에 철퇴
현대판 공짜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 남용도 강력한 제재 대상에 올랐다. 2022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44%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으며,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사업장 종사자만 따져도 51%에 달해 사실상 보편적 관행으로 굳어진 상태다.
포괄임금제는 본래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려운 특수 직종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일부 악덕 사업주들은 이를 “월급 안에 야근수당이 다 포함돼 있다”는 논리로 뒤틀어 매일 밤늦게까지 일해도 추가 수당 한 푼 주지 않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정부는 실제 일한 시간만큼 정확히 임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포괄임금 남용과 직결되는 임금체불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월급 300만원·정규직’ 적어놓고 입사하면 딴판…낚시성 채용도 제재
취업 준비생들을 두 번 울리는 거짓 구인광고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채용 공고에는 월급 300만 원, 주 5일 근무, 정규직이라 올려놓고 막상 입사하면 기본급을 대폭 낮추거나 프리랜서 계약을 요구하는 이른바 ‘낚시성 채용’ 관행이 그 대상이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구직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정부가 허위 구인광고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구직자들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채용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행복해야 하는 노동자의 일터에서 편법과 불합리한 관행으로 불행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선제적인 법 개정과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가짜 프리랜서 계약, 포괄임금제 남용, 낚시성 채용이라는 세 가지 고질적 불법 관행이 이번 정부의 칼날 앞에서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뀔지, 이달 중 확정될 최종 대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