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데, 계약서에는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다. 퇴직금도, 4대 보험도, 연차수당도 없다는 통보를 받는 다수 노동자들이 지금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고용노동 분야 정상화 과제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직장인들의 권리를 갉아먹는 불법·편법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에 수술대에 오른 핵심 과제는 이른바 ‘가짜 3.3 계약’, 포괄임금제 남용, 거짓 구인광고 세 가지다.
“서류는 사장님, 현실은 직원”…가짜 3.3 계약의 실체
3.3% 원천징수는 본래 독립적으로 일하는 개인사업자나 진정한 프리랜서에게만 적용되는 세금 징수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주들은 이를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악용해, 사실상 직원처럼 일하는 근로자를 서류상 ‘개인사업자’로 위장해 왔다.
근로기준법상 정식 직원을 채용하면 기업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고, 퇴직금과 각종 수당, 해고 제한까지 책임져야 한다. 근로자 1인당 기업 부담 비용이 연봉의 15~20% 수준에 달하는 만큼, ‘프리랜서 위장’은 사업주 입장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손쉬운 꼼수였다.
정부는 앞으로 계약서 명칭이 아닌 ‘실제 일하는 방식’, 즉 실질적 근로자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주겠다는 방침이다. 배달, 대리운전, 하청 노동자 등 산업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에 대한 보호망도 함께 강화된다.
“월급에 다 포함됐다”…공짜 야근 강요한 포괄임금제 철퇴
현대판 공짜 노동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 남용도 강력한 제재 대상에 올랐다. 포괄임금제는 원래 근로 시간 산정이 극히 어려운 특수 직종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일부 사업주들이 이를 “월급에 야근수당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논리로 변질시켜 추가 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국내 전체 노동자의 약 44%가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고 있으며, 출퇴근 기록이 있는 사업장 근무자의 51%도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으로는 약 35.2%의 사업장이 법정 수당 없이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남용이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진 상태다.
정부는 실제 일한 시간만큼 정확히 임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한편, 포괄임금 남용과 직결되는 임금체불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채용 공고에는 월 300만 원·주 5일·정규직이라고 올려놓고, 실제 입사하면 기본급을 후려치거나 프리랜서 계약부터 요구하는 이른바 ‘낚시성 채용’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이달 중 최종 확정…실효성은 ‘집행력’에 달렸다
이번에 논의된 과제들은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행복해야 하는 노동자의 일터에서 편법과 불합리한 관행으로 불행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선제적인 법 개정과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은 제도 설계만큼이나 집행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 근로자성’ 판단 기준의 명확화와 근로감독관 확충, IT 기반 감시 시스템 정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개정안도 현장에서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십 년간 노동시장 깊숙이 뿌리내린 꼼수 관행을 단번에 걷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칼끝이 제대로 겨눠진 것만은 분명하며, 그 칼이 실제로 얼마나 깊이 파고드느냐가 많은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