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부동산 규제했나”… 상상도 못한 ‘일주일의 비밀’ 밝혀지자 한은 총재까지 ‘긴급 경고’

규제 전후 일주일, 서울 집값 급등
역대 최고 상승률에 패닉 바잉까지
한은 총재 “성장률 갉아먹는 수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기 직전, 서울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가 예고되자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몰리면서 매매가가 급등했고, 이 같은 현상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15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삼중 규제’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정책 발표 직전부터 규제 시행 당일까지 일주일간의 움직임은 시장의 과열 양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막차 수요’가 만든 비정상적 급등

한국부동산원이 23일 발표한 ‘10월 셋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50% 상승했다. 이는 2013년부터 주간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광진구(1.29%), 성동구(1.25%), 강동구(1.12%)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며, 마포구, 송파구, 양천구 등도 평균을 웃도는 오름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규제 시행 직전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감에 ‘막차 수요’가 몰리며 매매가 급등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도입을 앞두고 일부 매수자들이 자금 조달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예고가 만든 ‘패닉 바잉’… 신고가 행진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제한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거래에는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기존의 갭투자 방식이 사실상 막히자 시장에서는 단기간 거래가 급증했고, 신고가도 잇따랐다.

10월 15일 서울 양천구 래미안목동아델리체(전용 59㎡)는 15억5천만 원에 거래돼 6월 대비 1억3천만 원 오른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의 시범한양 아파트(전용 84㎡)도 1억6천만 원 오른 19억8천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성남 분당구(1.78%), 과천시(1.48%) 등 경기 지역도 상승폭이 컸으며,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평균 0.25%의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까지 갉아먹는다”… 한은 총재의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우리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이런 가격 상승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결국엔 경제 성장률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만 보는 인식이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며, 전세 제도 개편 등을 포함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 진짜 시험대 오른다

이번 주간 통계는 규제 시행 전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첫날인 20일까지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규제 효과는 다음 주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 이후 거래 감소와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미 고점에 진입한 시장에서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규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규제 직전의 ‘단기 과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이번 사례는 부동산 정책의 타이밍과 신뢰성, 그리고 시장의 심리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