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4년째 인구 감소
외국인이 채우는 빈자리
한국의 미래도 다르지 않다

“도대체 누가 일하나” 싶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할 사람은 없고, 거리에는 노인만이 가득하다. 놀랍게도 이 장면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일본의 현실이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은 14년 연속 인구가 줄었다.
일본 총무성이 4월 14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 1일 기준 일본 총인구는 1억 2천380만2천 명으로, 전년보다 55만 명 감소했다.
일본인만 따졌을 때는 무려 89만8천 명이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7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77만7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했다. 65세 이상까지 포함하면 3624만3천 명으로, 전체의 29.3%에 달한다. 이는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경제활동의 핵심인 15~64세 생산 가능 인구는 7372만8천 명으로 6년 연속 60% 아래를 기록했다.
아이들도 줄었다. 14세 이하 인구는 1383만 명으로 역대 최저다. 일본은 말 그대로 ‘늙어가는 나라’가 됐다.
총 47개 광역지자체 중 도쿄도와 사이타마현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었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
외국인, 일본 경제의 새로운 축

일본의 감소한 인구를 메우는 건 외국인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인구는 35만 명이 늘어 350만6천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인구의 2.8% 수준이지만, 일본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특정 12개 산업 분야에 ‘특정기능 비자’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식품 제조, 전자·기계 산업, 개호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20만 명이 넘는다.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출신이며, 대부분이 일본 내에서 비자를 변경해 체류를 연장한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외국인 노동자 82만 명을 추가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인의 나라’를 지탱할 유일한 해법으로 외국인을 택한 셈이다.
한국, 이미 일본의 그림자 속에

이 낯선 일본의 풍경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역시 음식점, 농촌, 공장, 조선소까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기 힘든 구조가 됐다.
속초의 한 관광시장에서 일하는 유학생은 네팔, 방글라데시, 베트남 출신이다.
오징어순대를 만들고, 전을 부치고, 서빙부터 계산까지 도맡는다. 한 가게에 2~4명씩, 사실상 가게를 지탱하는 핵심 인력이 된 셈이다.
상인들은 이들을 “없으면 시장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속초시청 관계자도 “유학생은 시장에서,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어업·농업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인력”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군의 외국인 비중은 이미 6.5%를 넘어섰으며, 특히 20대만 보면 3명 중 1명이 외국인이다.
마트엔 태국 쌀과 향신료가 중심에 진열돼 있고, 대학가 편의점에는 하루에도 수백 명의 유학생이 다녀간다.
한 택시 기사는 “이 지역은 유학생 덕분에 겨우 경제가 돌아간다”고 했다.
일본의 오늘, 한국의 내일

한국은 이미 일본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이제는 더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요양보호사와 같은 직종은 향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사례처럼 외국인에게 기능시험과 언어능력을 묻되, 자격 있는 인력이 안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금 일본이 겪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한국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현재는 한국의 가까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