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95만쌍
‘집’ 변수로 출산 갈림길

국가데이터처가 12일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 통계’가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단순히 결혼 기피를 넘어 ‘주거 안정성’ 문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해 혼인신고 5년 이내 신혼부부는 95만2천쌍으로 2년 연속 100만쌍을 밑돌았다. 주목할 점은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출산율 격차다.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의 유자녀 비중은 56.6%로, 무주택 부부(47.2%)보다 9.4%포인트 높았다. 평균 자녀 수도 유주택 부부가 0.67명으로 무주택 부부(0.56명)보다 0.11명 많았다.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 상승하면 다음해 출산율은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의 출산율 기여도가 30.4%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대출에 의존한 내 집 마련, 소득의 2배 넘는 빚

신혼부부의 주택 소유 비중은 42.7%로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40.5%까지 떨어졌던 것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내 집 마련의 대가다.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의 대출 보유 비중은 90.9%로 무주택 부부보다 6.9%포인트 높았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유주택 부부가 2억2824만원으로 무주택 부부(1억4160만원)보다 약 1.6배 높다. 신혼부부의 평균 소득이 762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득의 3배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집을 장만한 셈이다.
대출잔액이 있는 신혼부부는 86.9%로 전년보다 0.9%포인트 감소했지만,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7900만원으로 전년(1억7051만원)보다 5% 증가했다. 정부의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대출이 주택 구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출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 신혼부부 60% 육박…그래도 자녀는 절반만

초혼 신혼부부 중 맞벌이 비중은 59.7%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42.9%)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이제 10쌍 중 6쌍이 맞벌이로 생활한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 소득은 9388만원, 외벌이 부부는 5526만원으로 격차가 크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의 유자녀 비중(49.1%)은 외벌이 부부(55.2%)보다 낮았다. 양육과 경력 유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경우는 48.8%로 전년보다 1.3%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35.5%)과 비교하면 10년 새 약 10%포인트 늘었다. 평균 자녀 수는 0.61명으로 전년보다 0.02명 줄었다.
저출산 해법, 주거 안정성 확보가 우선

정부는 주거 안정을 통한 저출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소득요건을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신생아특례대출 소득요건을 1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공고 당시에만 무주택이면 되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득 상위층에 집중된 지원을 지적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혼부부 지원 정책의 상당수가 소득이 많고 직장이 안정된 부부만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저소득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 대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혼부부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주거 안정 없이는 출산율 회복도 없다.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 완화와 소득 계층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