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 거대한 손이 움직인다” … 조용하던 국민연금 돌연 입 열자 아마존·구글 ‘화들짝’, 대체 무슨 일?

국민연금, 해외 거대 기업에 경영 감시 나선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주요 투자 대상
ESG 중심 ‘적극적 주주행동’으로 전략 전환

1300조원이 넘는 기금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제는 단순한 투자 수익을 넘어 경영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구글·아마존·메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을 상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민 자산의 장기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결단으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용한 거인’의 변신, 해외 기업에 경영 감시 나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9월 ‘해외주식 기업과의 대화 도입 방안’을 의결하며 해외 투자 기업 대상의 적극적 주주 활동을 공식화했다.

이는 2013년 10% 수준이던 해외 주식 비중이 35%를 넘어선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막대한 해외 투자에 걸맞은 책임과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해외 기업의 부실한 관리가 국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기후 대응 전략·산업안전·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 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구글·아마존·메타까지…“ESG 실천 압박할 것”

국민연금이 주목하는 주요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등이다. 다만 처음부터 직접 대화에 나서지는 않는다.

2027년까지는 전문 기관에 해외 주주 활동을 위탁하고, 이후 직접 기업 경영진과 마주 앉는다는 2단계 전략을 세웠다. 최근 공단은 이를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내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국민연금은 이미 ESG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준 아래 세밀한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이사 선임안에는 ‘이사회 참석률 저조’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메타의 인공지능(AI) 데이터 감독과 아동 안전 관련 주주 제안에는 적극 찬성했다.

공단 내부에서는 “가짜뉴스나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회적 위험이 결국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식 잣대 넘어, 유연한 판단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국민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진화’라고 평가한다. 다만 해외 기업에 국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기계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국민연금의 새 전략이 성공하려면, 각 기업의 리스크와 기회를 장기적 수익성 관점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판단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