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몰린 대출 수요
비대면 한도마저 빠르게 소진
은행들 속도 조절 나섰다

요즘 은행 앱에선 “대출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다”는 푸념이 심심찮게 들린다. 국민은행의 모바일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둘러싼 ‘오픈런’이 바로 그것이다.
금리가 낮고 조건이 간단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오전 9시도 되기 전에 한도가 동나는 기현상이 연일 반복되고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대출 막차 수요가 거세게 몰린 탓이다.
조건 없는 저금리, 비대면 ‘완판’의 비결

KB국민은행의 ‘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은 비대면 상품으로, 급여이체나 카드 실적 같은 복잡한 우대 조건 없이 연 3.41%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구조는 이용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에 따라 접수 건수가 폭증해 일일 한도 소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측은 “연휴 기간 동안 담당 인력 대비 50배 이상의 신청이 접수됐다”며, 처리 가능 건수를 제한한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같은 다른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영끌’ 탈출구 찾는 차주들

2020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풍 속에서 2%대 혼합형 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은 이제 금리 재조정기를 맞고 있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자 더 낮은 금리를 찾아 ‘갈아타기’에 나선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부터 비대면 대환대출 접수를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상품의 인기도 더욱 높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 고금리에 주저하던 수요가 이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3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낮추랴, 총량은 조절하랴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행권은 저금리 경쟁을 펼치면서도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국민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가산금리를 0.08%p 낮췄지만, 동시에 수요 조절을 위해 일일 접수 건수 제한과 금리 인상 카드도 꺼내 들었다.
우리은행은 아예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폐지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우대금리를 0.45%p 늘려 대출 수요를 유인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는 내리고 싶지만, 대출이 늘면 안 되는 딜레마 속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은행들은 지금 고무줄 같은 균형 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