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떼이고, 기술도 도둑맞았다
중국發 침탈에 연달아 당한 기업들

“또 중국이다. 이번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로부터 당한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는 물론, 수년 간 갈고닦은 기술과 브랜드마저 속수무책으로 뺏긴 한국 기업들의 울분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여기에다 현지 법원과 정부는 오히려 피해 보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정부까지 도와달라”고 하소연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중국의 ‘로열티 먹튀’… 위메이드, 8400억 못 받았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는 21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진행한 설명회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중국 게임업체 성취게임즈와 킹넷 등이 자사의 대표 지식재산인 ‘미르의 전설2’를 무단 활용해 약 8400억 원 상당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메이드는 당시 액토즈소프트에서 분리되며 ‘미르2’ 저작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중국 성취게임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성취게임즈는 2002년부터 약속된 로열티 지급을 지키지 않았으며, 심지어 2005년 원 개발사인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다.
또한 2014년에는 제3자와 무단 계약을 체결해 ‘미르2’ IP를 넘겼고, 이후에도 단 한 푼의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았다.

ICC(국제상업회의소)는 2023년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주며 성취게임즈에 15억 위안, 한화 약 3000억 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다. 액토즈소프트도 이 중 1500억 원을 공동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국 법원은 이 중재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 집행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킹넷의 자회사 절강환유는 ‘남월전기’, ‘용성전가’, ‘전기래료’ 등 3종 게임에서 총 5400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메이드는 중국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지만, 그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짝퉁 브랜드’에 당한 K기업들

로열티만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와 기술도 중국에서 똑같이 당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중국발 피해 사례는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권을 무단 선점한 의심 사례는 2023년 기준 약 1만 건에 육박하며, 2017년 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 디저트 브랜드 설빙은 ‘설빙원소’라는 이름으로 중국 전역에 수백여 개의 매장을 열었던 업체를 상대로 7년간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2021년 승소했다.
그러나 이는 드문 사례로, 대부분의 기업은 싸움 자체를 포기하거나 중국 측의 눈치를 보며 침묵을 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도 중국에서의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실제로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하는 기업이 많다”고 털어놨다.
글로벌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스타벅스는 13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중국 식품기업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역시 자신의 이름을 무단으로 상표 등록한 현지 스포츠사를 상대로 9년간 싸워 겨우 승소했다.
기술 유출도 심각… 삼성, 수조 원 손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 유출 사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임원 출신인 최 씨는 중국 지방정부와 손잡고 회사를 설립한 뒤, 삼성전자의 D램 메모리 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개발비만 4조 3천억 원에 달하는 이 기술은 최 씨가 주도한 ‘청두가오전’이라는 중국 업체에서 무단 사용됐으며, 이들은 공장을 세운 지 1년 3개월 만에 제품 시범 생산을 시작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산업 스파이 행위가 아닌, “세계 기술 패권 전쟁의 중심에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관련자들은 이미 구속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잃어버린 기술과 그로 인한 피해는 회복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상표와 기술에 대한 권리를 먼저 확보하고, 현지 법과 실무를 철저히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도가 악용되고, 불법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의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의 전략적 개입과 국제적인 공조 없이는, 제2의 위메이드 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더 꼼짝 못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