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태극기까지 싹 지워” … K-축구만 처절히 모르쇠 하는 ‘이상한 중계’

한국 선수들 화면 속 지워진 얼굴
북한의 정치적 민감성, 스포츠도 예외 없어
세계가 본 장면, 북한은 감췄다
이강인
사진 = 뉴스1

2025년 6월 16일, 미국 로즈볼 스타디움.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이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북한 조선중앙TV의 녹화 중계에서는 그 중요한 장면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강인의 등번호와 얼굴은 뿌연 모자이크로 덮였고,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한국 선수 지우기’

이강인
사진 = 연합뉴스

북한 방송의 이런 ‘검열 편집’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미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화면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중계에서도 북한은 태극기를 모자이크 처리했고, 한국의 16강 진출 소식은 생략한 채 브라질과의 패배 장면만 방송했다.

이처럼 북한은 체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는 외부 정보를 주민에게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닌 체제 선전 도구

이강인
사진 =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공식적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등 인기 리그도 소개하지만, 한국 선수가 등장하는 경기는 대부분 제외된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경기는 통째로 빠지거나, 심지어 일부 팀 자체가 방송 목록에서 사라진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열이 김정은 정권의 철저한 통제 전략의 일환이라 본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스타로 부상하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위협적 영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제 유지 위한 극단적 검열

이강인
사진 = 연합뉴스

스포츠는 본래 이념을 넘어선 교류의 장이지만, 북한 당국에겐 여전히 경계 대상이다.

‘괴뢰 한국팀’이라는 용어 사용이나 한국 관련 문양·로고를 지우는 행태는 북한이 스포츠를 선전 도구로만 보는 시각을 드러낸다.

미국 스팀슨 센터의 ‘38노스 프로젝트’에 따르면, 북한의 TV 중계는 경기 내용보다 선전에 방점이 찍혀 있으며 한국 선수 출전 경기는 수개월 뒤에야 검열된 버전으로 방영된다.

이강인의 모자이크 골 장면은 단순한 편집이 아니다. 북한이 얼마나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고집하며, 그 안에서 체제를 유지하려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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