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된 테슬라 충전기, 14분 만에 차량 마비
AI 충전로봇이 보안 대책이 될까
인천공항, 기술과 위험 사이를 묻다

테슬라 전기차가 충전기 하나로 14분 만에 멈췄다. 겉보기엔 평범한 EV 충전기였지만, 그 안엔 해커의 악성코드가 숨어 있었다.
이처럼 충전 중 해킹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이 현대차·기아와 손잡고 AI 기반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실증에 나섰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사이버 보안을 위한 기술적 응답으로서 로봇을 선택한 것이다.
충전기 하나에, 차량도 전력망도 무너진다

전기차 충전기는 지금, 사이버 위협의 새로운 입구다. 보안 연구진에 따르면 감염된 충전기에 차량을 연결한 순간, 해커는 차량 제어권을 탈취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Y는 실제 실험에서 14분 만에 완전 무력화됐다.
문제는 차량만이 아니다. 충전기가 전력망과 직접 연결돼 있어, 해킹이 지역 전력 통제권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충전소 몇 곳만 장악해도 최대 수 GW 규모의 전력을 조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심각하다. 위치 정보, 결제 수단, 사용자 식별 데이터가 충전기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으며, 충전기 내부엔 제조사도 알리지 않은 통신 장치가 숨겨진 경우도 있어 일종의 디지털 스파이가 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선택, ‘AI 충전로봇’

이런 상황에서 인천국제공항은 기존 충전기 대신 AI 충전로봇을 실증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현대차·기아와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기술 검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충전로봇은 3D 카메라와 AI 알고리즘으로 차량의 충전구를 인식하고, 로봇팔이 자동으로 케이블을 연결·분리하는 구조다. 공항처럼 보안이 중요한 환경에서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만큼, 사용자 인증, 충전 기록 추적, 네트워크 보안 프로토콜 등을 설계에 반영했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이미 서울과 제주 충전소에 시험 적용했고, 이러한 실증사업을 통해 국내 KC 인증과 유럽 CE 인증도 통과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관내 업무용 차량을 전면 친환경차로 바꿨고, 2026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1,110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건 덕분에 자동 충전 로봇을 실증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평가받는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은 “충전 환경의 완전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항만, 철도 등 다른 교통 인프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봇’이면 정말 안심해도 될까?

AI 충전로봇은 보안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다.
제조사 통제 아래 정기적 보안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충전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관리돼 해킹에 대한 감지·차단도 더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AI도 결국 소프트웨어이고 해커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역이용할 수 있어, 공공망과 연결돼 있는 이상 해킹 리스크는 시스템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AI 로봇이 보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사용자 인증 강화, 실시간 모니터링, 방화벽 이중화 등 다층 보안 전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공항’을 준비하는 인천의 또 다른 시도

한편, 인천국제공항은 이번 로봇 도입 외에도, 조직 전체의 AI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섰다. 성균관대와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8월부터 2027년까지 임직원 대상의 AI MBA 과정을 운영한다.
공항 운영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AI 기반 경영전략, 실무 프로젝트 등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공항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AI와 공항 운영의 융합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기술 도입뿐 아니라, 내부 혁신 인재를 길러야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