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종전 제안에 기아·현대차 움직임
4700억 손실에도 다시 공장 되살린다
중국과의 치열한 점유율 전쟁 예고

현대차와 기아가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을 제안하며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언급되자, 양사는 러시아 지적재산서비스에 총 8개의 신규 상표를 등록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푸틴의 종전 제안, 기업들에 기회로

푸틴 대통령은 5월 11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조건 없는 직접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도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실질적인 협상이 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는 현대차·기아의 전략에 전환점을 만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ix10, ix40, ix50 등 3개 상표를, 기아는 ‘마이 모빌리티’, ‘어 베터 웨이 투 고’, ‘그린 라이트’, ‘기아 에디션플러스’ 등 5개의 상표를 러시아 로스파텐트에 등록했다.
러시아 시장은 한때 현대차와 기아의 핵심 수출지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21년 35만4000대를 판매해 단일 브랜드 기준 시장 점유율 1위(23.3%)에 올랐다.

그러나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내 지분 100%를 1만 루블(당시 약 14만 원)에 매각했으며 이 매각으로 인한 손실은 약 4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2년 내 공장을 다시 인수할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포함시켜 종전 이후 재진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러시아 내 중국차 점유율 급등…현대차·기아의 과제

러시아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다. 현대차·기아가 철수한 이후, 중국 브랜드들이 급속히 그 자리를 채웠다.
KAMA가 발간한 ‘러시아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내 중국차 점유율은 2021년 8.1%에서 2023년 60.4%로 급등했다.
중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2022년 15만4000대에서 2023년 117만대로, 무려 7.6배나 늘었다. 사실상 러시아 내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이 장악한 셈이다.
기아, 판매 목표에 러시아 포함…시장 다변화 본격화

한편, 기아는 이미 중장기 전략에 러시아 시장을 다시 편입시켰다. 최근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는 2030년까지 419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연간 5만 대 판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22년 신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56.2% 감소한 78만 대까지 추락했으나, 2023년 131만7000대, 2024년에는 183만4000대로 빠르게 회복 중이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다시 유망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회복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