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가격 협상 결렬
훈련소 접종 대상 98% 급감
전투력 유지 vs 예산 절감

수천 명의 신병이 밀집 생활하는 군 훈련소에서 홍역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백신 수급 차질로 국방부가 기존 ‘전원 접종’ 방침을 급선회하면서 접종 규모가 9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전파력이 강한 홍역의 특성상 방역 공백이 군 전투력 유지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 접종 대상이었던 훈련소 입소 장병은 약 5만3,000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백신 부족으로 지침이 변경되면서 실제 접종 대상자는 1,113명으로 급감했다. 약 5만1,887명이 접종에서 제외된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육군과 공군에 ‘입대 전 2차 미접종자’만 선별 접종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홍역의 강력한 전파력이다. 환자 1명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 최대 100명 중 90명까지 감염될 수 있다.
2025년 국내 홍역 환자 78명 중 74.4%가 성인이었고, 43.6%는 백신 접종력이 있었던 ‘돌파 감염’이었다. 해외 유입 비율도 70.5%로 높아 해외 활동이 많은 장병을 통한 군내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격 협상 결렬이 부른 방역 공백

이번 사태의 발단은 방역당국의 백신 조달 협상 난항이다. 해외 제약업체가 질병관리청의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단가보다 41% 높은 가격을 요구했고, 조달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군은 당장 필요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접종 지침 자체를 바꾸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국방부는 “MMR 2차 접종력이 없는 인원(2%)에게 우선접종 중이며, 필요한 백신 재고량은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영유아기 기본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획득돼 추가접종이 불필요하다”는 질병청 지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2차 접종력이 있는 입소장병은 백신 보급 재개 시 자대배치 후 부대에서 접종할 계획이다.
집단생활 특성 무시한 정책 전환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훈련소는 수천 명이 생활관·식당·훈련장을 함께 사용하는 밀집 환경이다.
군은 그동안 “집단생활 특성상 홍역 등 감염병의 높은 전파력, 예방접종 이력 확인의 한계 및 국내외 유행가능성을 고려해 전 입소장병 대상 MMR 백신 접종을 유지해왔다”고 밝혀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의원은 “백신 수급 문제로 접종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군 전투력 유지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하반기부터 질병청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 도입으로 군이 접종 이력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정작 백신 수급은 차질을 빚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전투력 유지 vs 예산 절감, 어디에 무게?

국방부는 2026년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통해 MMR 백신의 전장병 대상 접종 지속 여부를 논의·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접종 축소 정책이 향후 군 방역 체계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백신 가격 협상과 방역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조율 실패가 빚은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재확산하는 시점에 군 방역 체계가 흔들리는 것은 단순한 예산 절감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다.
5만 명이 넘는 장병이 접종에서 제외된 현 상황이 집단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