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장 18개를 단 5발의 미사일로 동시에 불태울 수 있다면, 기존의 방어 개념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북한이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포-11라 전술 탄도미사일 5발을 발사하며 이 충격적인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했다.
이번 시험발사에서 북한이 공개한 수치는 단순하지 않다. 비행거리 136~140km, 타격 면적 12.5~13헥타르(약 13만㎡)다.
이달 초 발사된 화성포-11가의 타격 범위가 6.5~7헥타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보름 사이 살상 면적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직접 참관한 이 시험은 북한의 자신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술 진보의 방향이 ‘더 멀리’가 아닌 ‘더 넓게’로 전환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한국군의 현행 요격 개념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의도와 맞닿아 있다.
점 타격에서 면 타격으로…요격망 회피 설계된 전술
이번 미사일의 핵심은 확산탄두와 파편지뢰 탄두의 결합이다.
일반 탄도미사일이 단일 탄두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이라면, 확산탄두는 목표물 상공 일정 고도에서 모탄이 분리되며 수십~수백 개의 자탄을 광범위하게 살포하는 구조를 갖는다. 요격 시스템이 단일 탄두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 약점을 정확히 노린 설계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요격망 회피를 전제로 설계된 전술 무기”로 평가한다. 고고도에서 탄두를 미리 분리하면, 방어 측은 모탄 요격 시점을 놓치는 순간 수십 개의 자탄이 동시 낙하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PAC-3·천궁-II의 한계…다중 자탄 요격은 ‘기술적 난제’
현재 한국이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PAC-3)와 천궁-II 요격 시스템은 낙하하는 탄도미사일 본체를 직접 충돌로 파괴하는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다.
미사일이 요격 고도에 진입하기 전, 공중에서 다수의 자탄으로 분리될 경우 이를 개별적으로 모두 요격하는 것은 현 기술 수준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확산탄이 공군기지 활주로나 전방 부대 집결지에 낙하할 경우 불발탄이 지뢰처럼 광범위하게 산재하게 되고, 항공기 이착륙을 포함한 작전 수행이 장시간 마비될 수 있다. ‘작전 효율 박탈’이 핵심 목적인 무기체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북한의 확산탄 기술은 아직 실전 배치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화성포-11가에서 화성포-11라로 이어지는 단기간의 타격 범위 2배 확대는 기술 성숙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경고 신호다.
전문가들은 실전 배치까지 1~2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방어 전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시험발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일 탄두 요격에 집중된 현행 방어 체계만으로는 수도권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초기 고고도에서 모탄을 차단하는 다층 요격 체계 구축과, 한미 연합 방어 전략의 전면적 재설계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