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상에서 적국으로 바꿨다”…北 개헌 핵심, ‘대한민국’ 명시하며 적대 관계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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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정확해야 할 나라의 최고 규범, 헌법에서 경계선이 사라졌다.

북한이 최근 개정한 헌법에 남쪽 영토를 ‘대한민국’으로 명시하면서도, 수십 년간 한반도 분쟁의 뇌관이 되어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구체적인 해상 경계선은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개헌과 영토조항의 함의
북한 개헌과 영토조항의 함의 / 연합뉴스

이 ‘의도적 공백’을 군사 전문가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 등 굵직한 한반도 무력 충돌이 모두 서해를 무대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적대적 두 국가 담론의 확산
적대적 두 국가 담론의 확산 / 연합뉴스

국경은 새겼고, 경계선은 지웠다

북한의 이번 헌법 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남한을 통일 대상이 아닌 분리된 타국, 즉 ‘대한민국’으로 공식 규정했다는 점이다. 과거 ‘동포’와 ‘통일’을 강조하던 언어를 철저한 적국 관계의 언어로 교체한 것이다.

헌법 제정 53주년 행사 연출
헌법 제정 53주년 행사 연출 / 뉴스1

문제는 그다음이다. 북한은 육상에서는 군사분계선 부근에 장벽 설치를 서두르면서도, 유독 해상 경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모범준법단위 수여식과 체제 결속
모범준법단위 수여식과 체제 결속 / 뉴스1

NLL을 지우는 ‘법적 기만술’의 구조

북한은 수십 년간 NLL을 향해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 사령부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무효를 주장해 왔다. 이번 헌법에 독자적인 해상 경계선을 노골적으로 명시했다면, 그 순간부터 한국 해군과의 즉각적인 영해 침범 논란과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했다.

북한이 선택한 것은 정면 충돌 대신 ‘선을 긋지 않는’ 법적 기만술이다. 해상 경계를 비워둠으로써 향후 서해에서 경비정이 NLL을 넘거나 해안포가 불을 뿜더라도 “자국 영해를 수호한 정당한 방어”라는 억지 논리를 꺼낼 수 있는 구조적 명분을 헌법 차원에서 사전에 확보한 셈이다.

서해 화약고, 다시 불씨가 살아난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 공백이 단순한 법 기술상의 미완성이 아닌, 도발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분석한다. 헌법이라는 국가 최고 규범을 방패 삼으면 우발적 무력 충돌을 언제든 ‘영토 방어전’으로 둔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일 함포가 불을 뿜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군 당국은 헌법 문구 뒤에 도사린 기만 전술을 꿰뚫고, 서해 완충 구역 붕괴 이후 고조되는 해상 충돌 리스크에 대비해 해군력과 정찰·감시 자산을 한층 날카롭게 벼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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