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건설업의 생존 전략
실버산업이 건설업계의 새 먹거리로

“자녀보다 내 인생이 더 중요하죠.”
중장년층 10명 중 7명 이상이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본인을 위해 소비하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 투자자문사 알투코리아와 건축설계사 희림은 ‘노인 주거상품의 현황과 개발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갤럽과 함께 서울·경기 거주 55~79세 성인 307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중장년층의 주거 선호도를 분석했다.

응답자의 73.9%는 “노후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쓰겠다”고 답했다.
또한 56.7%는 “현재 거주 지역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해 정주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주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입지’를 꼽았으며, 의료·생활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시니어주택이 노인 복지 차원에서 접근돼야 하지만,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병원·상업시설이 인접한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가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니어 주택 공급 부족 심각… 초고령사회 대비 시급

우리나라의 시니어 주택 공급은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중 시니어 주택이 수용할 수 있는 비율은 0.18%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주택(노인복지주택 및 실버타운) 수용 인력은 1만 865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2023년 진행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가구원의 25%가 “노후에는 시니어 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부는 중산층 고령자를 위한 시니어 주택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 지역에 시니어 주택 건설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수요와 엇박자를 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5060 공략… 시니어 레지던스에 승부수

건설업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 침체와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건설사들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6일, 주거·의료·케어 전문 기업들과 손잡고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운영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 한남동과 경기 오산에서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검토 중이며, 표준화된 서비스 운영 매뉴얼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시니어 주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214가구 규모의 실버타운 사업을 시작했으며, 경기 용인 고기동에 892가구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분양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호텔식 노인복지주택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를 공급하며, 롯데건설 역시 서울 마곡지구에 810가구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연내 입주시키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시니어 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에게 시니어 주택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으로 13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주거 모델이 건설업의 미래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