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기에 ‘명품 심장’ 달까” … 전 세계가 노리는 초대형 ‘3조’ 황금알 프로젝트 ‘글로벌 쟁탈전’

‘보라매’ 심장 놓고 벌어진 힘겨루기
英은 함께 개발하자고 손 내밀고
韓은 美 눈치 보며 깊은 고민 중
국산기
출처 = 연합뉴스

한국형 전투기 KF-21, 하늘은 날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국산이다. 기술 자립의 마지막 고비인 ‘엔진’을 두고 한국이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영국이 움직였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항공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를 앞세워 KF-21의 차세대 엔진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던졌다.

영국, “공동개발로 리스크 줄이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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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지난 6월 22일, 영국의 유력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한국을 향해 로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KF-21에 들어가는 기존 엔진은 미국 GE의 F414로, 현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에서 조립 중이지만, 설계부터 핵심 기술까지는 모두 미국에 있다.

하지만 이 엔진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미국의 수출 통제다. F414 기반의 전투기를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수다.

이 때문에 한국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한 차세대 엔진 국산화에 착수한 상태다. 바로 이 틈을 노리고 롤스로이스가 등장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한국과 함께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고 전 수명 주기 동안 협력하자는 것”이라며 “이 방식이 프로젝트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초격차 앞에 선 한국, 엔진 자립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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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항공엔진 기술은 고온, 고속, 고정밀이 요구되는 가장 까다로운 분야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이 6개국만이 독자 엔진을 설계하고 양산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KF-21 전투기에 들어갈 항공엔진 국산화 로드맵을 본격화했다. 한화뿐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 대한항공, KAI 등도 자체 엔진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두산은 기존의 터빈 노하우를 기반으로 고온 소재 부품 개발에 나섰고, 대한항공은 항공정비 역량을 설계로 전환하고 있다. KAI는 완성기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해 ‘심장 자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美와 英 사이…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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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문제는 외교다. 한화는 현재 미국 해군과 함정 건조 계약, 아시아 주둔 미 전투기의 엔진 정비 계약을 노리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협력하면서 방산 수출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GE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GE는 공식적으로는 차세대 엔진 개발 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계자는 “우리는 60년 이상 한국과 협력해온 신뢰받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국은 BAE 시스템스 등과의 협력을 토대로 한국 방산 기업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특히 한화와 BAE는 초광대역 위성망 구축 협약을 체결하며 유럽 내 군수 생산 거점 확보까지 논의하고 있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아직 파트너 선정이나 공동개발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산 엔진 자립을 위한 10년 과제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나라와 손잡을지, 신중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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