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고금리…
‘삼중고’에 무너진 내수 시장
30년 내리막 끝에 구조적 한계 드러나

“한국은 이제 내수로 먹고살 수 없는 나라가 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발표한 ‘내수 소비 추세 및 국제 비교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국 내수 시장이 단기 충격이 아닌 인구·고용·산업 구조의 복합적 변화로 쇠락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나 인플레이션 같은 일시적 요인이 아닌, 장기적인 구조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내수 소비의 추락, 선진국 수준에서 하위권으로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내수 소비는 1996년 9.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이후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라는 네 번의 위기를 거치며 성장률은 계단식으로 하락해왔다.
2002년까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소비 비중은 56.3%였지만, 2021년엔 47.1%까지 떨어졌다. 한때는 독일, 일본 수준까지 올라섰던 내수 소비 비중이 이젠 OECD 38개국 중 28위다.
경제 규모 1조 달러 이상 12개국 중에서도 11위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인구 천만 명 미만의 소국들뿐이다.
노인 늘고, 소비 줄었다

이 같은 쇠락의 주된 원인은 인구 구조의 급변이다. 2000년 7%에 불과하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4년 20%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성향은 오히려 떨어졌다. 대한상의는 “노년층의 평균 소비성향이 64.6%로, 전체 세대 중 가장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같은 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KDI는 “기대수명 증가가 소비를 억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77.8세였던 기대수명은 2024년 84.3세로 늘었고 이와 함께 평균 소비성향은 52.1%에서 48.5%로 떨어졌다.
KDI는 기대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소비성향이 약 0.48%포인트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오래 살기 위한 준비로 저축이 늘고 소비는 줄어든 것이다.
돈은 부동산에 묶였고,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졌다

가계 자산 구조도 문제다. 대한상의는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70.5%를 차지하며 임대보증금까지 포함하면 77.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산 대부분이 유동성 없는 부동산에 묶인 가운데, 가계부채는 2002년 465조 원에서 2024년 1927조 원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자 부담은 소비 여력을 더 옥죄고 있다.
일자리 창출 능력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00년 15.4에서 2020년 6.3까지 떨어졌으며 반도체·화학 등 핵심 산업의 고용 효과는 더 낮다.
“소비 부양은 구조개혁과 함께 가야”

대한상의는 단기 처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국에서 제안됐던 ‘공격적 경기부양책(Recession Attacking)’을 언급했다. 이는 단기 충격을 완화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국도 IMF 관리 체제 아래 있던 1999년, ‘사이버코리아21’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망과 전자상거래를 육성하며 정보통신산업을 성장시킨 바 있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단기적 경기부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과거에는 소비 심리 회복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구조 개혁 없이는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장기적 해법으로는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 활성화, 고령층 소비 여력 확충,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이 제시됐다. 더 나아가 인구 감소에 대응한 외국 인력 유입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건강보험료 부담이 너무 큽니다.
겁 만 주지 말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던가,
누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