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빙판 위에서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악연’이 재회한다.
황대헌(한국)과 린샤오쥔(중국·한국명 임효준)의 남자 1000m 예선 격돌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 세계 올림픽 팬들의 시선이 이 ‘잔혹한 만남’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500m 은메달(황대헌)과 동메달(린샤오쥔)로 함께 시상대에 섰던 두 선수는 2019년 진천선수촌 사건과 린샤오쥔의 중국 귀화라는 격랑을 거쳐, 이제 서로 다른 국기를 달고 가장 치열한 경쟁자로 마주한다.
명암 엇갈린 4년과 두 선수의 기록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황대헌은 1500m 금메달로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세웠지만, 린샤오쥔은 국적 변경 규정(기존 국적 출전 후 3년 경과 필수)에 막혀 빙판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후 흐름은 반전됐다.
황대헌이 진천선수촌 사건 연루와 박지원 상대 반칙 플레이로 비호감 이미지에 시달리는 동안, 린샤오쥔은 중국 대표팀 에이스로 승승장구했다. 2023-24 시즌 세계선수권 500m 금메달 포함 3관왕 달성이 이를 증명한다.
린샤오쥔의 한국 시절 성과는 여전히 화려하다. 겨우 2시즌 동안 평창 올림픽 금메달 1개·동메달 1개, 2019년 세계선수권 4관왕·종합우승, 2018-19 월드컵 시리즈 종합우승까지 달성하며 “성시백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유형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최근에는 체력 저하로 인코스 추월과 단거리 중심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황대헌은 강력한 몸싸움을 무기로 중장거리에서도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2025년 하얼빈 아시안게임이 예고한 변수

2025년 2월 7일 개막한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혼성 계주 결승은 흥미로운 전조였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린샤오쥔이 결승 2바퀴를 남기고 코너에서 넘어지며, 2위였던 한국의 박지원이 역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본의 아니게 전 국적 팀에 첫 금메달을 안긴 이 장면은 쇼트트랙 경기의 변수를 상징한다. 찰나의 순간에 순위가 결정되는 쇼트트랙 특성상, 두 선수가 “감정은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막판 스퍼트(린샤오쥔)와 몸싸움(황대헌)이 충돌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과거 함께 시상대에 섰던 두 남자가 가장 잔혹한 경쟁자로 만났다”며 이번 대결을 주목했고, 린샤오쥔은 중국 CCTV 인터뷰에서 “8년 동안 버텨왔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오를 다졌다. 황대헌 역시 “오로지 경기 운영에만 집중한다”고 응수했다.
명예 회복의 갈림길, 밀라노 빙판서 누가 웃을까

한편 두 선수 모두 명예 회복이 절실하다. 황대헌은 과거 논란을 불식시킬 완벽한 경기력으로, 린샤오쥔은 중국 에이스로서 첫 올림픽 무대 증명으로 각자의 서사를 완성해야 한다.
1차 격돌인 10일 1000m 예선은 단순한 경기를 넘어, 8년간 얽힌 악연의 첫 번째 해답이 될 전망이다. 다만 조 편성에 따라 직접 대결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승까지 이어질 경우 개인전 3종목(500m, 1000m, 1500m)과 단체전 2종목(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에서 반복될 이들의 충돌은 2026 밀라노 올림픽 최대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극한의 긴장감 속에서 누가 먼저 웃을지, 밀라노 빙판이 그 답을 보여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