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고 운전 못하게?”
생계형 택시기사 26% 고령자
안전과 이동권 사이 갈등 심화

2024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역대 최고치인 4만2369건을 기록하면서 면허 반납과 조건부 면허제 도입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 늙었다고 운전대에서 손 떼라는 것이냐”는 고령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 운수종사자 82만 명 중 65세 이상이 26%인 22만 명으로, 이들에게 면허는 생계 수단이다.
“차 없으면 병원도 못 간다”

전북 무주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76) 씨는 “차 없으면 병원도 못 가고 시장도 못 간다”며 “면허 반납하라면 그냥 집에만 있으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택시기사 A(61) 씨도 “노후 준비가 덜 됐는데 나가 죽을 수는 없어 반납할 생각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기사 6만9727명 중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 3만7020명에 달한다.
경기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김모(68) 씨는 정부가 발표한 조건부 면허제에 대해 “늙었으니까 무조건 운전대에서 손 떼라는 것처럼 느껴져 서럽다”며 “시골 어르신들은 어떡하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농어촌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면허 반납이 곧 생활 고립을 의미한다.
정부는 “안전이 우선” 강조

정부는 통계로 대응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연구진이 발표한 최신 연구에서 70세를 기점으로 운전 인지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2024년 4만2369건으로 36.4% 급증했고, 전체 사고 대비 비중은 14.8%에서 21.6%로 상승해 5건 중 1건이 고령 운전자 사고다.
서울연구원 분석에서는 면허 반납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 고령자 사고율이 평균 0.0214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서울 기준으로 연간 약 203건의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효과다.
경찰청은 2028년 시행을 목표로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 차량 한정 등의 조건부 운전면허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반납률 2%의 함정

면허 자진 반납률은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는 반납 시 10만 원 교통카드를 지급하지만, 고령자들은 “교통수단을 전면 무료화하지 않으면 반납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일부 네티즌은 “생계형 운전자는 대안도 확실해야 한다” “면허 반납이 적극 실시되어야 사고 발생률도 줄어든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학자들은 “면허 반납제도는 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균형점 찾기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헌법상 이동의 자유는 중요한 문제이고, 한국은 OECD 국가 대비 고령자 취업비율이 3배 높아 더욱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처럼 기존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부착해 사고 비율을 40% 감소시킨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개인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평가체계와 함께 희망택시 같은 대체 교통수단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안전과 이동권 보장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