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이 사라지면 중국산이 채운다”…안방 50% 이미 넘긴 그쪽, 이번엔 ‘전세버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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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유일한 대형버스 모델 ‘그랜버드’가 사실상 단산 수순을 밟고 있다. 기아는 최근 2027년까지의 생산 물량 계약이 완료됐다는 이유로 그랜버드 신규 계약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수요가 넘치는데도 생산을 멈추려는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라는 뼈아픈 현실이 자리한다. 차가 안 팔려서가 아니라 ‘팔수록 손해’라는 구조적 딜레마에 기아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대기만 3,600대…그런데도 왜 못 파나

그랜버드는 1994년 출시 이후 32년간 전국 전세버스·고속버스 시장을 책임져 온 국산 대형버스의 상징이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전세버스 약 4만 1천 대 중 약 30%가 그랜버드일 만큼 탄탄한 수요 기반을 자랑한다.

그러나 광주 하남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단 5대에 불과하며, 밀린 잔여 주문만 약 3,600대에 달해 지금 계약해도 차를 받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대당 가격이 1억 9천만 원을 웃도는 고가 차량이지만, 연간 판매 볼륨이 1,000대 남짓에 그쳐 수익 구조 자체가 취약하다.

유로7·전동화…천문학적 R&D 비용이 발목 잡다

결정적 요인은 갈수록 가혹해지는 환경 규제다. 다가오는 유로7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고, 대형버스 전동화(EV) 전환을 이루려면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연간 1,000대 판매로 이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의 흐름이 승용 전기차와 목적기반차량(PBV)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아로서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수익성이 바닥인 대형버스 사업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자일대우버스도 공장을 폐쇄하며 시장을 떠난 바 있어, 이번 결정은 국내 대형버스 산업 전반의 위기를 상징한다.

유니버스 독점·中 전기버스 공세…대중교통 인프라 흔들린다

그랜버드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국산 대형버스는 현대자동차 ‘유니버스(점유율 약 60%)’의 단일 체제로 재편된다. 독점 구도가 굳어지면 운수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부품 수급 불안 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산 버스의 공세다. 이미 국내 시내버스(전기버스) 시장은 BYD 등 중국 브랜드가 점유율 50%를 돌파하며 안방을 장악했으며, 국산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전세버스 시장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전국전세버스조합은 내년부터 차령 만료(기본 11년, 최대 13년)로 폐차해야 하는 차량이 대거 쏟아지지만 국산 신차 수급이 막혀 심각한 경영난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랜버드의 단산은 단순한 모델 단종을 넘어, 국가 대중교통 인프라를 지탱하는 상용차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는 신호탄이다. 수익성과 규제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기아의 결정이 결국 중국산 버스에 안방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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