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한국은 러시아편?”… 국제 제재마저 ‘묵살’, K-방산 신뢰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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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러시아에 불법 수출
우크라이나 전선 드론 부품 생산
K-방산 수출 신뢰도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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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기업, 러시아에 불법 수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관세청의 칼날이 국내 배터리 장비 산업을 겨눴다.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한 4개 배터리 장비 기업이 중국과 튀르키예를 경유해 러시아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판매한 배터리 제조 장비가 단순 민수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군용 통신장비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설비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 기업이 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도 거래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관세청 조사 결과, 거래에 관여한 로펌과 관세사가 “러시아로 반입될 가능성이 높아 법적 리스크가 크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이를 묵살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정 업체는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관련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가격보다 15%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며 불법 거래에 눈을 감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 수출 규정 위반을 넘어 한국 방산 생태계 전체의 신뢰도를 위협하고 있다. 국제 제재망을 우회한 한국 기업의 불법 거래가 실제 전장에서 한국산 기술이 적국 무기 체계에 활용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제재망 뚫은 ‘3국 경유’ 불법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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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 출처 : 연합뉴스

적발된 4개 업체는 2023년 이후 산업통상부의 전략물자 수출 허가 없이 배터리 장비를 러시아로 반출했다. 직접 수출 대신 중국과 튀르키예, 심지어 러시아 기업의 한국 지사를 활용한 우회 경로를 택했다

정부가 2023년 배터리 완제품, 2024년에는 제조 설비까지 러시아 수출 금지 대상으로 확대했지만 이들은 제3국 경유로 규제를 회피했다.

러시아 수출 제한 품목은 2022년 3월 57개에서 2024년 9월 1,402개로 급증했다. 미국과 EU의 제재로 정상 수입로가 차단된 러시아는 웃돈을 주면서까지 제3국 우회 수입에 집착해왔다.

이번 적발 기업들도 바로 이 틈새를 노렸다. 전기차 수요 정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경영난을 겪던 배터리 장비 업계가 러시아의 유혹에 넘어간 구조다.

전장을 바꾸는 배터리, 러시아의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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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드론 / 출처 : 연합뉴스

배터리가 현대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군용 통신장비 등은 배터리 없이는 작동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드론 공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3국을 통한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있었다.

한국 배터리 기술은 고밀도·장수명으로 군용 장비에 최적화돼 있다. 이번에 적발된 장비로 생산된 배터리가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제조 장비 유출이 완제품 수출보다 파급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 지속적인 군수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K방산 신뢰도에 꽂힌 ‘독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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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 방산 생태계 전체다.

적발 기업들은 국내 배터리 공급망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대체 업체 확보가 어렵다. 압수수색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배터리 대기업의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 실험실 장비 제조업체 JS Research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법 위반으로 미국 제재를 받은 데 이어, 같은 달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AMAT의 한국 자회사가 중국 불법 수출로 약 3,600억원 벌금을 부과받았다.

한국을 경유한 우회 수출에 대한 미국의 감시가 강화되는 시점에 배터리 장비 불법 수출까지 터지면서 ‘한국 방산 수출 통제 구멍’이라는 오명을 쓸 위험이 커졌다.

방산 수출 통제는 단순한 법규 준수 차원이 아니다. 한국이 폴란드, 호주 등과 체결한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은 “한국산 무기가 적대국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민간 기업의 이익 추구가 국가 차원의 수출 통제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은,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유지하려면 기업 윤리와 정부 감독이 동시에 강화돼야 함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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