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올려준다더니” … 사장도 직원도 ‘피눈물’ 흘리는 사이 ’89조’ 사라졌다

알바는 초단기, 사장은 ‘혼자 장사’
소상공인 폐업 100만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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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도저히 못 버티겠습니다. 8월까지만 가게 열 거예요.”

광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결국 폐업을 결심했다. 버티고 또 버텼지만, 오르는 인건비와 줄어든 매출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와 집기를 새로 꾸몄지만, 그 모든 투자는 결국 짐이 되어 돌아왔다.

이처럼 지난 1년 동안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 명에 육박한다. 창업 비용만 단순 계산해도 89조 원이 시장에서 증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손실은,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과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진 수많은 이들의 삶이다.

‘쪼개기 고용’에 내몰리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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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서 재택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미현 씨(26)는 최근 두 달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근처 편의점도, 식당도 구인 공고조차 올리지 않는다.

그나마 구인 중인 곳도 대부분 하루 3시간, 주 2~3일의 초단기 일자리다.

김 씨는 “20시간 이상은 일해야 생활이 되는데, 요즘은 사장님들께 주휴수당 안 줘도 되니 뽑아달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고용은 이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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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자는 174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6.1%에 해당하는 수치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인건비는 더 이상 감당 가능한 비용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주휴수당에 퇴직금, 4대 보험까지 포함하면 월 60만 원 이상이 더 들어간다. 직원 한 명을 더 뽑는 게 나을 수준”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나 홀로 사장님’과 무너진 8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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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65만 명이던 이들이 지난해 422만 명으로 폭증했다. 전체 자영업자의 70% 이상이 혼자 가게를 운영 중이다.

버티다 못한 자영업자들은 결국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폐업 신고한 소상공인은 약 100만 명으로, 창업 평균 비용 8900만 원을 곱하면 단순 합산만으로도 약 89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게다가 창업 비용 대부분은 대출이었다. 평균 자부담은 6400만 원 수준으로, 결국 폐업 후에도 1인당 약 2500만 원의 빚이 남았다. 사업을 접은 뒤에도 생계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상당수는 일정 규모의 고용을 유지했는데, 이들이 폐업하면서 취업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모두를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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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만 30원으로,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무너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절반가량은 인건비 상승을 주요 폐업 사유로 꼽았다.

2017년 시급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8년 만에 55% 증가했다.

그에 따라 월 인건비도 근로자 1인당 약 29만 원가량 늘어났다.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 인건비 비중이 큰 업종에겐 직격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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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시작되면서, 노사 간 입장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노동계는 고물가 시대 생계 보장을, 경영계는 지급 능력 한계를 호소하며 각각 인상과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업종 중위임금의 80%를 넘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상은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도 손질 없이는 구조적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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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제도를 폐지하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업종 실태에 맞는 유연한 제도 운영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이미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영세 자영업자는 제도 도입 이후에도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주휴수당 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정부도 폐업 소상공인의 생계 복귀를 돕기 위해 재기 전략 컨설팅, 취업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양숙경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본부장은 “폐업 이후 다시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제도는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장치지만, 현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장도,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도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고용 시장의 왜곡을 줄일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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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업종별로 전환하면 도 심각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