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또 나온다는데” … 누가 받나 봤더니 ‘이 지역’이 36%, 전국이 ‘들썩’

벼 병해, 재난으로 인정
정부, 피해 농가에 지원금 지급

벼 잎이 마치 깨를 뿌린 듯 검게 변해버린 논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가 결국 이 피해를 ‘농업재해’로 공식 인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 결과를 통해 벼 깨씨무늬병 피해 농가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병해는 올여름 이상 고온과 잦은 비로 전국 약 3만6천 헥타르에서 발생했다. 벼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가 이어지자, 정부는 피해 조사를 거쳐 신속한 지원과 경영안정 대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국 3만6천 헥타르서 확산된 ‘깨씨무늬병’

벼 깨씨무늬병은 잎에 암갈색 반점이 생기며, 심하면 벼알에도 얼룩이 번진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수확을 앞두고 벼가 썩어가고 있다”는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기상 상황과 병해 발생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이 병을 ‘농업재해’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 농가에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며, 피해 벼는 정부가 전량 매입한다.

또한 농업정책자금 상환을 미루고 이자 일부를 감면해줄 예정이다. 추가 자금이 필요한 농가에는 연 1.8% 금리의 재해대책경영자금도 지원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벼 병해로 인한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며 “피해 복구와 경영 안정을 위해 정부가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에 피해 집중…기후변화가 불씨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이 농식품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남 지역의 피해는 전국의 36%를 차지했다. 지난 1일 기준 전남의 깨씨무늬병 발생 면적은 1만3천337헥타르로, 평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병이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과 85% 이상의 습도에서 빠르게 확산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 7∼9월 기록적인 폭염과 잦은 비가 이어지며 병해가 급속히 번졌다.

문 의원은 “피해 벼 전량 매입이 포함된 정부 대책은 긍정적이지만, 기후변화로 다른 작물의 병해도 늘고 있다”며 “쪽파 등도 연중 상시 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가 경영 안정 위한 정부의 과제

벼뿐 아니라 쪽파·양파 등에서도 병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농가의 불안은 여전하다. 전남 보성에서는 150여 농가의 120헥타르에서 여러 병이 동시 발생해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충남 아산과 경북 예천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농식품부는 벼 병해를 시작으로 재해보상 체계를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형 농업보험 확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