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상징 K9, 베트남 품으로

베트남이 마침내 국산 K9 자주포를 품에 안았다. 3천500억원 규모의 이번 계약은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한국 방산의 첫 판매이자 K9의 동남아시아 첫 진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과거 퇴역 초계함을 무상으로 공여한 사례만 있던 베트남에 이번엔 정식 판매로 발을 디뎠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중국과 해상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이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한국산 자주포를 선택했다는 점은 전략적 함의가 깊다.
첫 동남아 수출, ‘K9 유저 클럽’ 11번째 가입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말 베트남 정부와 K9 자주포 20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2억5천만달러, 우리 돈 3천500억원에 달한다.
이번 계약으로 베트남은 튀르키예, 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이집트, 인도, 호주, 루마니아, 한국에 이어 ‘K9 유저 클럽’ 11번째 회원국이 됐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K9은 서방 선진 무기체계와 견줄 만큼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이번 도입은 베트남 육군 전력 강화의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사격 후 30초 이탈’…압도적 전술 능력

K9은 155mm/52구경장 포를 주무장으로 나토 표준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56km에 이른다. 초기 15초 동안 3발의 급속 사격이 가능하고, 3분간 분당 6~8발의 속도를 유지한다.
‘동시탄착사격(MRSI)’ 기능으로 다른 궤도의 포탄을 한 목표 지점에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현장 명령을 받으면 30초 안에 첫 포를 발사하고 곧바로 위치를 바꾸는 ‘사격 후 신속 진지 변환’ 전술로 적의 반격을 피한다.
유기압 현수장치 덕분에 험지에서도 안정적 기동이 가능하며, K10 자동 탄약운반차가 분당 12발 속도로 탄약을 보급해 장기 작전에도 대응한다.
국산 무기 수출 지형 바꾼 ‘상징적 계약’

베트남은 여전히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다. 한국군과 맞서 싸운 역사까지 가진 베트남에 국산 무기가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사업청은 “K9 국산화는 군 자립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이번 계약은 K-방산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출은 한국 방산 산업이 정치·역사적 장벽을 넘어 세계 주요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