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한 번 할 때마다 “환자 뒤에서는 이런 일이?” … 수십 년 쌓인 ‘불투명한 그림자’ 드러나자 ‘발칵’

복지부, 위탁관리료 폐지·분리청구 추진
의료계 “현실 무시한 정책” 반발 거세

병원에서 매일같이 이뤄지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뒤에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그들만의 계산법’이 있었다. 환자의 피 한 방울이 병원과 검사센터 사이에서 돈으로 환산되고, 그 금액이 불투명하게 오가는 구조였다.

정부가 마침내 이 고질적인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위탁검사관리료 제도를 폐지하고, 병의원과 검사센터가 각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용을 직접 청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환자 안전과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의료계는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불투명한 자금 흐름 끊는다

보건복지부는 14일 검사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위탁관리료를 없애고 분리 청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건강보험이 검사료의 110%를 병의원에 지급하고, 병의원이 검사센터에 100%를 전달하는 구조지만 실제로는 계약 과정에서 검사료 일부를 할인하거나 되돌려주는 사례가 만연하다.

이런 과당 경쟁은 검사 품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져왔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기관 간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제도 시행 후에도 불공정 거래가 지속되면 처벌 규정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일방적 추진, 신뢰 깨뜨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충분한 협의 없이 밀어붙인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문제의 근원은 검사센터 간의 무리한 경쟁인데, 정부는 책임을 병의원에 떠넘기며 전체 의사를 부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체 채취와 보관, 결과 설명 등에는 인력과 행정비용이 들어가는데, 관리료가 사라지면 의료현장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같은 날 성분명처방 제도 추진과 이번 개편을 함께 규탄하며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다. 오는 25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어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의료의 본질을 흔드는 잘못된 시도이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겠다”고 밝혔다.

환자 안전과 의료 현실, 균형점 찾을까

정부의 개혁 의지는 분명하지만, 의료현장의 부담과 혼란도 현실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이어진 기형적인 정산 구조가 검사 품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에게 위험을 안겨온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복지부의 제도 개편이 불공정 거래를 끊어내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의료계의 대규모 반발 속에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