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H-ACE 유럽’ 공장 착공
단순한 공장 아닌 ‘유럽 지상무기 허브’
유럽 안보 책임지는 K-방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1일 루마니아 듬보비차주에서 ‘H-ACE 유럽’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단순한 조립 공장이 아니다. 181,055㎡ 규모에 1,751m 주행 시험로까지 갖춘 이 시설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넘어 보병전투장갑차(IFV), 무인지상체계(UGV)까지 생산할 ‘유럽 지상무기 허브’로 설계됐다.
주목할 점은 현지화율 목표다. 한화에어로는 30개 이상 루마니아 기업과 협력해 현지화율을 최대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폴란드에서 검증된 ‘현지 생산 → 추가 수주’ 공식을 루마니아에서 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폴란드는 2022년 이후 K9 자주포 600문 이상을 주문했고, 최근 5조 8,000억원 규모의 천무 다연장로켓 3차 계약까지 현지 생산 조건으로 체결했다.
루마니아 선택 배경에는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러시아 인접 NATO 동부 전선의 핵심 거점인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통로이자, 유럽 방산 공급망의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에서 생산된 무기는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등 인근 NATO 국가로 신속 공급이 가능하다.
현지화율 80%가 만드는 ‘루마니아 효과’

한화에어로가 제시한 현지화율 80%는 단순 부품 조달 차원을 넘어선다. 루마니아 기업을 한화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시켜 NATO 호환 부품 생산 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납기 단축(해운 리스크 회피), 공급망 보안 강화(지정학 리스크 완화), 현지 일자리 창출(정부 지원 확보)이라는 삼박자를 노린다.
LS증권은 “루마니아 신공장이 지상방산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2026년 이후 호주·이집트 K9 양산 매출과 탄약 매출 추가로 작년 대비 더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의 2025년 3분기 지상방산 매출은 3조 2,580억원, 영업이익은 8,58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6%를 기록했다.
유럽 허브 전략, 변수는 독일과의 경쟁

H-ACE 유럽은 단계적 확장을 전제로 설계됐다. 1단계는 K9·K10 생산이지만, 향후 레드백(IFV), 장거리 정밀타격체계, 무인지상체계(UGV)까지 생산 품목을 넓힐 계획이다.
미국 차세대 자주포 사업 입찰을 위한 차륜형 자주포 개발도 진행 중이며, 미국 내 장약 공장 부지 선정도 마무리 단계다.
다만 변수는 있다. 루마니아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이 루마니아 신공장 건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 장갑차 프로젝트(250대 규모)에서도 영국 BAE 시스템즈, 독일 라인메탈과 경쟁 중이다. 스페인 법원이 독일 기업 GDELS의 자주포 사업 관련 심리를 진행 중이어서 스페인 K9 도입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낙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루마니아 IFV, 사우디 MNG 사업, 서유럽·북유럽·남중국해 내 증가하는 다연장로켓 및 자주포 수요를 고려하면 수주 잔액 감소 우려는 과도하다”며 “항공 사업까지 감안하면 실적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의 루마니아 공장은 ‘수출’에서 ‘현지 생산’으로, 다시 ‘공급망 편입’으로 진화하는 K-방산의 새 모델이다. 폴란드에서 검증된 이 공식이 루마니아에서도 작동한다면, 유럽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