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최대 규모 수출 기회
32조 규모 계약 현실화

현대로템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출 기회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관건은 ‘현지 생산 역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루마니아·페루·이라크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K2 전차 수출 계약 규모는 최소 32조 원에 달하지만,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입찰 참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루마니아 프로젝트는 EU의 무기 공동구매 대출 제도인 SAFE(Special Assistance Fund for Europe) 기금을 활용하는데, 이 경우 ‘부품 65% 이상을 EU 회원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대로템이 독일 라인메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폴란드를 넘어선 추가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루마니아 국방참모차장 야코프 드라고슈-두미트루 중장은 최근 “경쟁 입찰 절차는 몇 달 안에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공급업체 선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지에서는 주력 전차 216대와 지원 차량 76대를 도입하는 이번 사업의 총 규모를 65억 유로(약 11조 17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폴란드 모델의 한계, 신규 생산기지 고민 시작

현대로템은 이미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Bumar)와 손잡고 K2 전차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란드는 2022년부터 K2 전차 1000대에 대한 기본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까지 1~2차 계약을 통해 360대 공급이 확정됐다. 잔여 물량 640대에 대한 3차 계약도 올해 안에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루마니아가 폴란드와 달리 별도의 현지 생산 전략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SAFE 기금 조건상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전차를 루마니아에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65% EU 생산’ 조건을 온전히 충족하기 어렵다.
방산 전문가들은 “현대로템이 루마니아 현지 파트너사를 물색하거나, 폴란드 생산시설을 대폭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HD현대건설기계는 K2 전차용 엔진(DV27K) 공급 확대에 대비해 2026년 군산공장에 방산 엔진 전용 생산라인을 준공할 예정이다.
지난 1월 28일 폴란드향 엔진 116대 규모의 2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도 중장기 물량 증가를 염두에 둔 조치다.
이라크·페루까지, 32조 파이프라인 현실화 단계

루마니아 외에도 현대로템의 수주 파이프라인은 빼곡하다. 페루는 지난해 말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으며, 계약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한다.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더 큰 잠재력은 중동에 있다. 키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는 노후 기갑 차량 교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대 250대의 K2 전차 도입을 검토 중이며, 계약 규모는 약 65억 달러(약 9조 5300억 원)로 추산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K2 변형 모델인 K2ME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올해 안에 중동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2026년 현대로템의 기대 수주 규모를 최소 32조 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방사청이 올해 방산 수출 목표액을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설정한 것도 K2 전차의 대형 계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 폭발 기대감 vs 생산 역량 확충 과제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 5조 8390억 원, 영업이익 1조 56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돌파했다. 수주잔고는 약 29조 77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조 원 증가했다.
올해 루마니아·페루·이라크 계약이 순차적으로 확정된다면 실적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다만 생산 역량 확충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1000대, 루마니아 216대, 이라크 250대 등 총 1500대 이상의 K2 전차를 동시에 생산·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현지 생산 파트너십 확대와 국내 생산라인 증설이 병행되지 않으면 납기 지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로템이 올해 상반기 루마니아 입찰에서 승리하고, 연내 이라크·페루 계약을 마무리한다면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성과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명확하다.
EU의 65% 현지 생산 조건을 충족할 생산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1500대 이상의 동시 공급을 소화할 역량 확보다. 현대로템의 2026년은 ‘잭팟’과 ‘병목’ 사이 줄타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