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무기 수입의 27% 차지
천궁-II, 패트리어트 대비 가격 1/3 수준
합작법인 통한 현지화 전략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북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K-방산의 중동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전 세계 무기 수입의 27%를 차지했다.
이 지역 국방비는 2024년 2천206억 달러로 전 세계 국방비의 약 9.5%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15.6%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의 대중동 무기 수출이 2019년 2억 4천106만 달러에서 2024년 7억 4천748만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 K-방산에 기회로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최근 무기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K-방산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무기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은 2019년 77.1%에서 2024년 52.2%로 급락한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 비중은 9.5%에서 18.3%로, 유럽 비중도 11.5%에서 27.0%로 상승했다.
세계 10대 무기 수입국에서도 카타르(3위), 사우디아라비아(4위), 이집트(8위), 쿠웨이트(10위) 등 4개 중동 국가가 이름을 올렸다.
중동 지역 불안정이 고조되면서 국방비 지출이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2023년 10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2024년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이란과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역내 안보 위기감이 커졌다.
천궁-II, 중동 방공망의 ‘게임 체인저’

K-방산의 중동 진출을 이끄는 핵심 무기체계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다.
천궁-II는 LIG넥스원이 개발한 미사일로, 고도 40km 이하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최대 속도 마하 5, 길이 4m, 무게 400kg으로 설계됐으며, 다수의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탄두가 직접 표적과 부딪혀 파괴하는 힛투킬(Hit-to-Kill) 방식을 채택했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천궁-II는 성능이 동급인 미국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의 3분의 1 수준으로 발사할 수 있어, 중동 국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납기가 다른 경쟁 무기체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천궁-II 시스템의 핵심은 질화갈륨(GaN) 기반 고출력 반도체와 디지털 신호 처리 구조를 갖춘 다기능 능동전자주사식배열(AESA) 레이더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이 레이더는 중동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통합 냉각 장치가 적용됐다.
UAE 모델, 중동 전역으로 확산

UAE는 2022년 천궁-II를 35억 달러(약 4조 6천억 원)에 도입하며 한국 방산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이번 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서 양국은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모델 구축에 합의했다.
한화는 EDGE그룹과 인공지능(A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필요시 합작회사 설립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EDGE그룹 산하 플랫폼스 앤드 시스템스와 고정익·회전익 플랫폼, 무인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연구·생산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를 통해 150억 달러 이상의 방산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11월 천궁-II를 32억 달러에 도입했으며, 이라크도 2024년 9월 26억 달러 규모로 8개 포대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루마니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도 천궁-II 도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 장비 교체 수요, 70%가 대기 중

중동 방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사우디, 이란, 이스라엘, UAE, 이라크 등 중동 6개국의 전략자산 8천440기 중 약 70%가 노후화로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면서 교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은 미국·유럽산 대비 가격 경쟁력, 납기 준수 능력, 무기 확장성 등의 이유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단순 수출이 아닌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 계약 체결·이행을 위한 금융 지원, 연구개발 환경 개선, 정부 간 수출 계약 거버넌스 구축, 주요국과의 방산 협력 강화 등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국방비는 2029년까지 연평균 GDP의 3%씩 증가해 2천55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K-방산이 이 거대한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