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러시아도 피해자”… 푸틴이 전쟁 벌인 ‘진짜 이유’, 4년 만에 딱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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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
러시아가 멈추지 않는 이유
강대국이 가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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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출처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을 맞았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 속에서도 러시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광활한 영토와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강대국이 왜 우크라이나 같은 작은 나라에 집착하는가. 답은 지하자원도, 부동항도 아닌 러시아인의 깊은 내면, 바로 ‘변방 콤플렉스’에 있다.

역사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러시아가 유럽 주변부 국가로서 겪은 독특한 역사다.

몽골 지배 240년, 튀르키예의 위협 400년, 그리고 서유럽으로부터의 지속적 소외. 이 역사적 트라우마가 21세기 팽창주의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몽골 지배 240년, 서유럽과의 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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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 출처 : 연합뉴스

1240년 칭기즈칸의 장손자 바투 칸이 키이우를 함락시킨 후, 러시아는 1480년까지 240년간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 같은 시기 서유럽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완수하며 근대로 진입했다.

러시아가 이를 따라잡은 것은 무려 300년 후인 18세기 말 예카테리나 여제 시대였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튀르키예다. 15세기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튀르크는 19세기까지 약 400년간 러시아의 남방 진출을 봉쇄했고, 비옥한 우크라이나 지역과 흑해를 장악하며 러시아를 변방 국가로 묶어뒀다.

표트르 대제(1682~1725)가 발트해 출구를 확보하고, 예카테리나 여제(1762~1792)가 크림반도 군항 세바스토폴을 건설하며 흑해 제해권을 확보한 것도 이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20세기 초 러일전쟁 패배는 또 다른 치욕이었다. 러시아는 영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 즉 ‘후발 산업국 노란 원숭이’에게 패배한 나라로 전락했다.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영국·프랑스 포로는 인간적으로 대우했지만 소련 포로는 ‘열등한 슬라브 인종’으로 취급한 것도 이 콤플렉스를 심화시켰다.

냉전 시대, 잠깐의 자존심 회복과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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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산당 지지자 / 출처 : 연합뉴스

러시아인의 변방 콤플렉스에 유일한 특효약은 냉전 체제였다. 공산권 종주국으로서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강대국으로 군림했다.

맑스-레닌주의라는 이념적 틀을 제공하고, 공산권 전체에 석유와 식량을 공급하며 ‘모든 길은 모스크바로 통한다’는 위상을 누렸다.

1960년대 초 쿠바 미사일 위기는 이 자존심의 정점이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코앞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대담한 발상은 러시아인에게 ‘우리도 중심국’이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10년 전쟁의 좌절과 1990년대 냉전 종식은 러시아를 다시 변방으로 추락시켰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옐친 대통령의 모습은 그 상징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콤플렉스 치유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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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 출처 : 연합뉴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닌 ‘정체성 회복 전쟁’으로 분석한다.

변방 콤플렉스가 깊을수록 러시아인은 강한 러시아, 강한 지도자를 열망한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가 러시아의 존재를 인정하게 만드는 유일한 수단이다.

문제는 이 전쟁이 끝나도 러시아의 확장 욕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체첸, 조지아,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러시아는 끊임없이 ‘다음 대상’을 찾아왔다. 변방의 불안은 영토 확장으로만 해소된다고 믿는 악순환 구조다.

전쟁 4주년을 맞은 지금, 국제사회는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단순히 영토나 자원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 700년 역사가 만든 심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러시아를 국제 질서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이후 또 다른 분쟁이 발발할 것이 자명하다. 변방 콤플렉스는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신뢰 구축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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