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만 기다렸다”… 중동에 ‘딱 하나’ 남기고 후퇴한 美, 이스라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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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포드함 화재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항공모함이 세탁실 화재 하나를 끄는 데 30시간이 걸렸다. 홍해에서 발생한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의 화재는 단순 사고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부상자는 3명에 불과했지만 연기 흡입으로 치료받은 인원은 200명에 달했고, 승조원 600명이 바닥과 테이블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항공모함의 구획은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철저히 분리 설계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단순 세탁기 화재 이상의 손상을 시사한다.

포드함이 전개돼 있던 홍해는 이제 후티의 사냥터가 됐고, 미 해군은 대서양에서 조지 H. W. 부시함을 급파하는 등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주하다. 현재 중동 해역엔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만이 홀로 배치돼 있다.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후티반군의 자폭 드론 스웜(떼 공격)이 포드함의 방어망을 뚫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부 충격으로 함내 배전반이나 유류 라인이 손상됐다면 반복적인 점화로 진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해군 중부사령부는 “화재는 전투와 무관하며 추진 설비에 피해 없다”고 발표했지만, 30시간의 진화와 600명의 침상 손실은 전투 능력 저하를 의미한다.

10개월 장기 배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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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포드함 / 출처 : 연합뉴스

포드함은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약 10개월간 배치 상태로, 이는 항공모함으로선 상당히 긴 기간이다.

작년 10월 크로아티아 정박, 11월 카리브해 대베네수엘라 작전, 올해 초 중동 재배치까지 쉼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5,000명의 승조원은 가족을 약 10개월간 만나지 못한 채 중동 긴장 속에 생활해왔다.

함내에선 고질적인 문제들이 누적됐다. 화장실 배관(VCHT) 결함, 전자기 사출기(EMALS) 오작동 등 기술적 이슈에 장기 배치로 인한 심리적 피로가 더해졌다.

일각에서는 “누군가 불이 나면 항모는 기지로 복귀한다는 매뉴얼을 악용해 고의로 화재를 낸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지만, 그만큼 함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후티의 ‘타이밍 저격’과 전력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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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포드함 / 출처 : 연합뉴스

포드함이 수리를 위해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항에 입항한 28일, 예멘 후티반군은 중동 전쟁 참전을 선언하며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개시했다.

미군의 11척 현역 항모 중 유일한 제럴드 R. 포드급이자 F-18 슈퍼 호넷 등 75기 이상의 항공기를 탑재한 최강 전력이 빠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포드함이 그리스 수다만 기지를 거쳐 스플리트로 향한 건 수리와 정비를 위해서다. 하지만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침상 100~600개가 영향을 받았고, 화재 원인 조사도 진행 중이다.

그 사이 후티는 홍해를 장악할 기회를 얻었다. 미군이 부시함을 급파했으나 대서양에서 중동까지는 수주가 걸리기 때문에, 그 공백 기간 동안 후티의 공격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세탁실 화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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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포드함 / 출처 : 연합뉴스

포드함의 화재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미 해군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최신 항모도 장기 배치와 고강도 작전 앞에선 취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세탁실이란 ‘안전한 구역’에서 시작된 불이 30시간 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건, 피해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거나 외부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올해 2월 ‘장대한 분노’ 작전 개시 전 포드함이 크레타섬 수다만 기지에 입항했을 땐 현지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항모가 전쟁을 불러온다고 우려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포드함은 크로아티아에서 수리를 마친 뒤 다시 홍해로 돌아가야 하지만, 후티의 미사일이 기다리고 있다. 미 해군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장기 배치 정책과 항모 운용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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